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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편에 선 인텔·TSMC… ‘총수 부재’ 삼성전자 조여온다



총수 부재 상황인 삼성전자에 ‘결단의 시간’이 임박하게 다가오고 있다. 미국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 재편에 동참하라는 압박에 인텔과 TSMC가 화답하면서 삼성전자도 결정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전 세계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1위인 대만 TSMC는 중국과 선긋기를 본격화하고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TSMC가 최근 중국 슈퍼컴퓨터 업체 페이텅의 신규 발주를 받지 않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미 상무부는 지난주 페이텅 등 7개의 슈퍼컴퓨터 관련 기업을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이들의 슈퍼컴퓨터 기술이 중국의 미사일에 사용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TSMC가 중국 군대 기술 발전을 돕고 있다는 의혹에 대해선 대만 정부가 나서서 반박하기도 했다. 왕메이화 대만 경제부 장관은 “대만 기업은 미국, 국내 및 다자간 협약을 준수한다”고 말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전했다.

FT는 “TSMC가 최대 시장인 미국을 택할지, 성장 속도가 빠른 중국을 택할지 기로에 서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 1위 반도체 기업인 인텔은 미 정부가 요청한 차량용 반도체 생산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향후 6~9개월 이내에 차량용 반도체 생산을 시작할 뜻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이 반도체 생산의 3분의 1을 해야 한다”며 미 정부에 힘을 싣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로써 ‘백악관 반도체 회의’ 이후 반도체 생산과 관련해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은 건 삼성전자만 남게 됐다.

삼성전자도 미국 투자의 경우 발표 시기만 남은 상태다. 삼성전자는 170억 달러(19조원) 규모의 신규 공장 투자를 검토 중이다. 인센티브, 세금 문제 등이 조율되는 대로 투자를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다음 달 한·미 정상회담차 미국을 방문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일정에 맞춰 투자계획을 발표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삼성전자는 올해 하반기쯤에는 평택 P3라인 투자도 결정해야 한다. P1, P2라인이 각각 30조원가량 투입됐는데, P3는 P2보다 면적이 1.75배가량 커 투자금액도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신규 공장과 평택 P3 등을 더하면 삼성전자가 올해 최소 50조~70조원의 투자 의사 결정을 내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총수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부재중인 상황에서 투자 규모와 시기 등을 결정하는 게 부담스럽다는 이야기가 삼성전자 내외부에서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이 부회장의 사면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은 지난 16일 홍남기 경제부총리를 만나 이 부회장의 사면을 건의했다. 손 회장은 “한국 경제를 위해 이 부회장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라며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부회장이 충수염 수술 과정에서 “특별대우를 받지 않겠다”고 언급한 만큼 삼성전자로선 사면 이야기가 나오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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