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는 섬기고 후배는 순종하고…신앙·예의 함께 배운다

이강우 서울 좋은나무교회 목사(가운데)가 2018년 8월 일본 가고시마의 고주 터 앞에서 한국선교사들과 함께했다. 이곳 고주는 메이지유신 지도자를 배출한 일본식 서당이다.




몇 년 전 일본 선교사들과 일본 메이지유신의 발상지 중 하나인 가고시마를 방문했다. 그곳에 조그만 서당 모형이 있었는데 일본 전통의 고주(鄕中)였다. 거기서 일본의 역사를 바꾼 유신삼걸 중 2명이 배출됐다. 바로 사이고 타카모리, 오쿠보 도시미치다.

일본 역사상 가장 획기적인 사건은 메이지유신이다. 쇄국정책에 갇혀 있던 동양의 봉건국가가 수년 만에 서양제국과 견줄만한 근대화를 이룬다. 그래서 현대 일본인들의 저변에는 메이지유신에 대한 긍지가 깔려 있다.

메이지유신의 삼걸 중 두 명을 낳은 배후에 사츠마번(현 가고시마현)의 군주 시마즈 나리아키라가 있다. 그는 새 시대를 보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지만, 그가 메이지 유신에 미친 영향은 컸다.

시마즈 나리아키라가 다스린 사츠마번은 일본 남쪽의 최변방이었다. 그는 그 변방에서 일본의 새 시대를 꿈꾸고 꾸준히 인재를 양성했다. 사츠마번의 서당이라 할 수 있는 고주에서 자녀들을 어린 시절부터 일관적으로 교육했다.

고주 교육의 가장 큰 특징이 선배가 후배를 가르치는 것이다. 유신삼걸 중 사이고와 오쿠보는 같은 고주 출신이다. 이는 하나님의 일반은총 역사 가운데에서도 증명된 제자도의 방식임을 알려준다.

하나님의 자녀를 세우는 제자도 역시 선배가 후배를 가르치며 세대를 이어가야 한다. 사도행전의 거룩하고 영광스러운 역사는 먼저 주님을 알게 된 이들이 다음세대를 가르치며 이어졌다. 실제로 사도행전의 주인공인 사도 바울은 디모데에게 제자도란 선배가 후배를 세우는 것이라 적시했다.

“또 네가 많은 증인 앞에서 내게 들은 바를 충성된 사람들에게 부탁하라 그들이 또 다른 사람들을 가르칠 수 있으리라.”(딤후 2:2)

서울 좋은나무교회의 다음세대 사역 중 가장 큰 특징은 선배가 후배를 가르친다는 것이다. 한 살이라도 많고 앞서간 자는 뒤를 따라오는 자를 가르치고 이끄는 책임이 있다. 그래서 리더를 세우는 것이 교회 사역의 핵심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담당 지도자와 교사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아이들을 전부 돌보기에는 한계가 있다. 자신과 같은 연령대이지만 앞서간 선배가 리더가 돼 후배를 가르치는 것은 확실한 공감대를 끌어낸다.

어른들이 지시하는 규칙보다 아이들 사이에서 보이지 않는 불문율이 훨씬 더 강력하게 작용한다. 그래서 좋은나무교회에서는 학업, 신앙생활, 예의범절 등을 선배를 통해 배운다.

교회는 그동안 철저하게 앞서가는 아이들, 선배들을 리더로 세워왔다. 그 열매를 지금 거두고 있다. 중학생은 초등학생의 선생 역할을 한다. 중고등부 선배는 후배의 반 교사까지 담당한다.

어린아이들은 혼자서 밥 먹는 법, 혼자서 예배드리는 법, 화장실 가는 법 등 기초적인 생활습관을 교회에서 익힌다. 집에서는 잘 못 하는 것도 교회에서 선배가 가르치면 금방 한다.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조국교회의 초창기 중학생들이 주일학교 교사(반사)들이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초등학교 고학년 아이들이 저학년 아이들에게 방과 후 독서와 수직적 사고로 정리하는 것을 가르친다. 이 세대 잇기의 지도방식은 계속 학년이 바뀌며 이어진다.

집중력이 부족해 자기주도 학습을 잘 못 하는 중학교 1학년 학생이 있었다. 그 학생을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이 교회로 불러 매일 확인·점검하며 지도하고 있다. 선배는 자기 학업과정도 매우 바쁘지만, 후배를 위해 섬긴다. 후배 또한 선배의 지도에 기꺼이 순종하며 따라간다.

신앙도 함께 배워간다. 특히 기도를 확실하게 가르친다. 후배들의 기도 소리가 작으면 선배가 “어디서 모기 우는 소리가 들리네”하며 통성기도를 지도한다.

쑥스러워 소리 내며 기도하지 못하는 사춘기 남학생도 선배들이 가르치면 큰소리로 통성기도를 한다. 기도의 의미를 모르고 습관이 들지 않은 아이들은 선배가 매일 새벽 함께 데리고 기도한다. 이 외에도 관계에 문제가 있으면 상담하고 권면한다. 체력이 약한 아이가 있으면 새벽마다 함께 서울 성내천변을 달린다.

후배는 선배의 모범을 따라 또다시 자신의 후배를 세워간다. 세워진 제자가 계속해서 제자 삼는 신앙의 계승이 이어지면서 세대 잇기를 한다. 중요한 사실은 이렇게 후배들을 가르칠 때 리더를 맡은 선배들이 오히려 성장하며 세워진다는 점이다.

성경에서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복이 있다”(행 20:35)는 말씀은 참으로 진리다. 제자는 스승과 같은 일을 해내는 자다. 자신이 실제로 가르치는 입장에서 말로, 행동으로 후배를 가르칠 때 지금까지 배운 내용이 체화된다. 제자가 그의 제자를 세워갈 때 비로소 진정한 제자가 된다는 말이다.

이강우 좋은나무교회 목사

정리=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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