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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심 잡아라”… 트럼프, 킹목사 기념비 찾은 날 총기 옹호 트윗

미국 버지니아주 리치먼드에서 20일(현지시간) 열린 총기 소유권 옹호 집회 참가자들이 자동소총 등 각종 총기로 무장한 채 행진하고 있다. 총기 소유의 근거가 되는 수정헌법 2조의 권리를 강조해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집회를 응원하는 메시지를 트위터에 올렸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이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20일(현지시간) 워싱턴에 있는 마틴 루서 킹 목사의 기념비를 방문해 엄지를 치켜올리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흑인 인권운동의 상징인 마틴 루서 킹 목사 기념비를 방문했다. 이날은 미국 국경일인 마틴 루서 킹 기념일인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3주년 기념일이기도 했다.

CNN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함께 워싱턴에 있는 킹 목사 기념비를 찾았다고 보도했다. 예정되지도 않았고 언론에 미리 알리지도 않은 일정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문 시간은 2분을 넘지 않았다. 킹 목사 기념비 방문은 흑인 표심 공략을 위한 의도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의 실업률은 미국 역사상 최저”라면서 “또한 가난과 청소년, 취업률 관련 수치도 최고”라고 자화자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킹 목사 기념일에도 이곳을 방문했다. 하지만 2018년 기념일에는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 인근의 골프장에서 골프를 쳐 논란을 빚었다. CNN은 전임 대통령들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은 킹 목사 기념일에 그를 기리는 기념식에 참석한 적은 없다고 보도했다.

같은 날 버지니아주 주도 리치먼드에서는 주정부의 총기 규제 법안 추진에 반대하는 총기 옹호론자들이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CNN은 경찰을 인용해 2만2000명이 시위에 참여했다고 보도했다. 총기로 무장한 시위대는 행사장 인근을 행진하며 위기감을 조성했다. 미 연방수사국(FBI)과 경찰은 폭력 사태에 대비해 삼엄한 경계를 펼쳤으나 행사는 평화적으로 끝났다.

버지니아주는 백인우월주의자들의 폭력과 총기 사고로 아픔을 겪은 지역이다. 2017년 8월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에서 열린 백인우월주의 시위로 1명이 숨지고 36명이 다쳤다. 지난해 5월에는 버지니아비치 시청사에서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해 12명이 사망했다. 이 사건은 버지니아주가 총기 규제 법안을 추진하는 배경이 됐다.

총기 옹호론자들의 지지를 받는 트럼프 대통령은 집회를 응원하는 메시지를 트위터에 올렸다. 그는 “버지니아의 민주당은 여러분의 수정헌법 2조 권리를 빼앗으려 애쓰고 있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면서 “이런 일이 일어나게 해서는 안 된다. 2020년에 공화당에 투표하라”고 독려했다.

총기 규제가 올해 미 대선의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트위터 글을 통해 “우리의 위대한 수정헌법 2조가 보호받지 못하는 상태라는 것을 조금이라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도 했다. 미국의 수정헌법 2조는 총기 소유의 근거 조항으로 총기 옹호론자들의 표를 얻기 위해 주력한 것이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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