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단 하나 언어는 영화”… 할리우드, 봉준호에 기립박수

영화 ‘기생충’을 만든 봉준호(가운데) 감독과 출연 배우인 송강호(오른쪽) 이정은(왼쪽)이 5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베벌리힐튼 호텔에서 열린 제77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최우수 외국어영화상을 받은 뒤 트로피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 영화가 미국을 대표하는 영화상 중 하나인 골든글로브에서 수상한 것은 처음이다. UPI연합뉴스
 
봉준호 감독이 5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베벌리힐튼 호텔에서 열린 제77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최우수 외국어영화상을 받은 뒤 소감을 밝히고 있다. EPA연합뉴스



“1인치 정도 되는 자막의 장벽을 뛰어넘으면 여러분은 훨씬 더 많은 영화를 즐길 수 있습니다.”

봉준호(51) 감독의 수상 소감에 객석에 자리한 마틴 스코세이지, 로버트 드니로 등 미국 영화계 거장들은 박수갈채를 보냈다. 언어와 지역의 장벽을 넘어 전 세계에서 만들어지는 모든 영화에 관심을 가져달라는 짧지만 의미 있는 메시지였다.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에 빛나는 봉 감독은 할리우드의 높은 벽마저 넘어 또 하나의 역사를 썼다. 한국영화 감독으로는 처음으로 아카데미와 함께 미국 양대 영화상으로 꼽히는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봉 감독이 연출한 ‘기생충’은 5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베벌리힐튼 호텔에서 열린 제77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최우수 외국어영화상 수상작으로 호명됐다. ‘더 페어웰’(감독 룰루 왕·미국 중국) ‘레미제라블’(래드 리·프랑스) 등 쟁쟁한 경쟁작들을 제친 결과였다.

시상대에 오른 봉 감독은 “와우” “어메이징” “언빌리버블”이라는 감탄사를 연발했다. 통역사를 대동한 그는 한국말로 소감을 얘기하기에 앞서 “나는 외국어영화를 만드는 사람이라 통역이 함께 왔다”고 재치 있게 양해를 구했다. 봉 감독은 “전 세계 멋진 감독들과 함께 후보에 오른 것 자체가 영광”이라며 “우리가 쓰는 단 하나의 언어는 영화”라고 말했다.

이로써 ‘기생충’은 아카데미 수상에도 한 발짝 더 다가섰다.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가 주관하는 골든글로브는 아카데미 향방에 적잖은 영향을 미쳐 ‘아카데미의 전초전’이라 불린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은 다음 달 9일 열리는데, ‘기생충’은 국제극영화상(옛 외국어영화상)과 주제가상 예비후보에 올라있다. 아직 후보가 발표되지 않은 감독상과 작품상에 노미네이트될 가능성도 크다. ‘기생충’에 출연한 배우 송강호는 시상식 직후 한국 취재진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메인은 오스카(아카데미)다. 골든글로브는 오스카와 연결되는 지점”이라고 말했다. 봉 감독은 “이걸(아카데미 수상을) 목표로 달려온 것은 아니지만, 오스카에서 좋은 결과가 있다면 한국영화 산업에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앞서 ‘기생충’은 각종 영화제에서 수상 행진을 펼친 데 이어 지난 4일 전미비평가협회 시상식에서도 작품상과 각본상을 받았다. 특히 작품상은 44표의 압도적 지지를 받으며 경쟁작인 ‘작은 아씨들’(그레타 거윅·27표) 등을 제쳤다. ‘기생충’은 호주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작품상을 품에 안았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칸 황금종려상 수상이 예술성 면에서 인정받은 것이라면 골든글로브에서의 수상은 상업영화로서의 가치를 평가받았다고 볼 수 있다”면서 “한국 영화인들이 본격적으로 할리우드를 비롯한 세계 시장에 나가 도약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한국영화에 대한 할리우드의 관심이 높아졌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윤성은 영화평론가 역시 “그동안 한국영화가 해외 시장을 꾸준히 공략해왔음에도 텃세가 심한 북미권 시상식에서는 저평가된 측면이 큰데, ‘기생충’의 수상은 앞으로 한국영화의 위상을 높이고 산업적으로도 활성화되는 계기를 마련해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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