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가수 소환’ 달콤했는데… 씁쓸해진 ‘슈가맨’





세 번째 시즌으로 돌아온 JTBC 예능 프로그램 ‘투유 프로젝트-슈가맨’(이하 슈가맨)이 음악팬들로부터 뜨거운 반응을 끌어내고 있다. 최연제 태사자 양준일 이소은 등 활동을 중단한 지 오래돼 소식이 궁금한 가수들을 브라운관으로 불러낸 덕이다. 특히 최근 유튜브를 통한 과거 음악 방송 송출로 유명해진 양준일이 출연한 이후 슈가맨의 인기는 더욱 올라갔다.

하지만 허망하게도 프로그램의 특징과 매력은 단 2회 만에 소진됐다. 지난 13일 전파를 탄 3회에는 보이 밴드 A.R.T와 여성 듀오 애즈원이 출연했다. 1997년 데뷔한 A.R.T는 2000년대 초반에 해체해 과거의 가수로 남았다. 반면에 애즈원은 99년 데뷔한 이래 2017년까지 꾸준히 음반을 발표했다. 2017년 휴식을 암시하는 ‘잠시만 안녕’을 내기도 했으나 이달 데뷔 20주년을 기념하는 신곡 ‘애써’를 선보였다. 이 정도면 현역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긴 세월 속에 머무는 인물을 조명하는 프로그램의 취지에서 벗어난 섭외였다.

20일 방송된 4회에 나온 힙합 그룹 45RPM도 프로그램 콘셉트와 어울리지 않았다. 활동 연차를 감안하면 디스코그래피는 다소 초라한 편이지만 45RPM은 2015년까지 음반을 발표했다. 애초에 인지도가 낮을 뿐 이름마저 가물가물할 만큼 휴지 기간이 긴 것은 아니다.

2015년부터 시청자들과 만나기 시작한 슈가맨은 2012년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서칭 포 슈가맨’에 영감을 얻어 만들어졌다. 이 영화는 70년대 초 단 두 장의 앨범으로 음악 애호가들에게 진한 여운을 안긴 뒤 홀연히 사라진 미국 싱어송라이터 식스토 로드리게스의 궤적을 더듬는다. 슈가맨 역시 한때 인기를 끌었다가 현재는 두문불출하는 가수를 찾는 일을 목표로 삼았다.

대체로 슈가맨은 90년대 가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시절 가요계가 크게 번성했으며, 2014년과 2015년에 방송된 MBC ‘무한도전’ 특집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를 통해 우리 사회 전반에 90년대를 추억하는 분위기가 조성됐기 때문이다. 슈가맨 홈페이지에 걸린 시즌3 포스터(사진)는 프로그램의 섭외 타깃을 넌지시 강조한다. 유재석 유희열 김이나 헤이즈 네 사회자가 취한 자세는 94년 ‘일과 이분의 일’로 많은 사랑을 받은 혼성 그룹 투투의 1집 재킷 사진을 흉내 낸 것이다.

물론 저 기준은 절대적이지 않다. 제작진으로서는 양준일 같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노래가 꽤 알려진 가수를 선정해야 하고, 그렇게 선발한 가수가 출연 요청에 응해 줘야 하니 90년대 가수만 초대하기에는 쉽게 한계에 다다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사정으로 지난 두 시즌에는 2000년대에 활동한 가수도 이미 여럿 나왔다.

문제는 기준이 하루아침에 부쩍 헐렁해졌다는 사실이다. 지금도 비교적 활발하게 활동하는 가수, 은퇴했다고 하기에는 애매한 인물들도 나오니 ‘과거’나 ‘추억’이라는 단어로 수식하는 것이 우스워진다. 슈가맨은 동시대 대중을 무난하게 포섭하려는 평범한 음악 토크쇼로 전락해 버렸다.

<한동윤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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