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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가 장악한 영화시장… 넷플릭스 ‘골든글로브’ 휩쓰나

제77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영화부문 작품상 후보에 오른 영화 ‘두 교황’ ‘1917’ ‘아이리시맨’ ‘결혼이야기’ ‘조커’ 포스터(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조커와 1917을 제외한 3개 작품상 후보의 배급사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인 넷플릭스다. 각 사 제공


내년 1월 열리는 제77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은 넷플릭스의 독무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넷플릭스가 가장 많은 수상 후보를 배출했기 때문이다. 아마존, 훌루 그리고 애플까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도 여러 부문에 후보작을 올리며 영화 산업 중심이 OTT로 이동하는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음을 보여줬다.

지난 9일(현지시간) 공개된 골든글로브 수상 후보 명단에 따르면 영화 배급사 중 가장 많은 후보를 올린 곳은 넷플릭스였다. 넷플릭스는 영화 부문에서 17개의 후보자를 배출해 소니픽처스(8개) 디즈니(6개) 워너브러더스(6개) 등 쟁쟁한 영화사를 제치고 가장 많은 후보를 배출한 배급사로 이름을 올렸다. 넷플릭스는 TV부문에서도 17개가 후보에 올랐다. 영화와 TV를 합쳐 34개로 전체 1위였다.

영화부문 작품상(드라마)에는 5개 후보 중 3개가 넷플릭스 영화였다. 넷플릭스는 ‘아이리시맨’ ‘결혼이야기’ ‘두 교황’ 등을 후보로 올렸다. 기존 영화사에선 ‘조커’(워너브러더스)와 ‘1917’(드림웍스 등) 두 작품을 후보로 올렸다. 시상식에서 가장 중요한 작품상 후보의 절반 이상이 넷플릭스 영화라는 건 상당한 의미가 있다. 넷플릭스는 2014년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자체 제작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로 첫 번째 수상을 한 이후 6년 만에 영화 산업의 중심에 섰음을 과시하게 됐다. 미국 IT 매체 더 버지는 “골든글로브 후보 명단은 넷플릭스가 10년도 안 돼 TV와 영화를 장악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며 “넷플릭스는 왕이다”고 강조했다.

넷플릭스뿐만 아니라 아마존(8개) 훌루(5개) 그리고 애플(3개) 등 다른 OTT들도 후보에 이름을 올리며 OTT 전성시대가 왔음을 공표했다. 특히 올해 11월부터 OTT에 뛰어든 애플은 처음으로 골든글러브와 인연을 맺게 됐다. 전 세계 최대 IT 기업 중 하나인 애플이 영화 및 TV 산업에서도 ‘큰손’이 될지 관심이 집중된다.

넷플릭스의 위력은 단순히 후보에 올랐다는 것뿐만이 아니다. 넷플릭스는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이 연출한 ‘아이리시맨’이 넷플릭스에 공개된 지 1주일 만에 2600만명이 시청했다고 10일(현지시간) 밝혔다. 앞으로 4주(28일) 안에 4000만명이 볼 것이라는 전망치도 내놨다.

넷플릭스 영화와 TV 드라마가 평단과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으면서 넷플릭스와 손잡는 콘텐츠 제작사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테드 사란도스 넷플릭스 최고콘텐츠책임자(COO)는 “골든글러브 후보에 오른 것은 더 많은 콘텐츠 제작자들이 스트리밍 플랫폼과 수준 높은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월가 등에선 넷플릭스 성장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콘텐츠에 막대한 투자를 하면서 콘텐츠의 질적 향상은 거두고 있지만, OTT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0억 달러를 콘텐츠에 투자한 넷플릭스는 올해 150억 달러까지 규모를 늘린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넷플릭스의 가장 저렴한 요금제(월 7.99달러)가 ‘디즈니+’(6.99달러) ‘애플TV+’(4.99달러)보다 비싸 내년부터 가입자 이탈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투자회사 니덤앤코를 인용해 넷플릭스가 내년 미국에서 400만명의 가입자를 잃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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