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스포츠] “씨름이 재미있다는 것을 보여드릴게요”

지난해 8월 출전한 씨름대회 영상의 조회수가 9월부터 급격히 상승하며 씨름계 최고의 스타로 떠오른 황찬섭(22)이 최근 소속팀인 인천 연수구청 씨름 훈련장에서 인터뷰에 응한 뒤 필승을 다짐하고 있다. 인천=윤성호 기자
 
황찬섭이 최근 인천 연수구청 씨름 훈련장에서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 응한 뒤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모습. 황찬섭은 11월 말 한 공중파의 씨름 관련 예능 프로그램에 참여할 예정이다. 인천=윤성호 기자


덩치 큰 선수들의 힘겨루기라는 인식이 팽배했던 씨름계에 신선한 바람이 불고 있다. 잘생긴 얼굴과 멋진 근육을 갖춘 꽃미남형 선수들이 늘어나며 팬 몰이를 하고 있다. 씨름계 최고의 스타로 떠오른 황찬섭(22)을 최근 소속팀인 인천 연수구청 씨름 훈련장에서 만났다.

황찬섭은 자신도 모르는 새 대중들에게 이름이 알려졌다. 그가 지난해 8월 출전한 제15회 학산배 전국장사 씨름대회 단체전 결승전 영상이 약 1년이 지난 올 9월부터 유튜브에서 갑자기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다. 울산대 선수와 맞붙은 경남대 황찬섭의 탄탄한 몸매와 외모가 많은 이들, 특히 젊은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 영상은 30일 현재 조회수 205만뷰를 넘긴 상태다. “이 좋은 걸 어르신들만 보고 있었네”, “씨름청년들 돈으로 혼내주고 싶다. 빨리 대회 일정 내놔라”라는 댓글이 달리는 등 반응도 폭발적이다. 갑작스러운 인기가 얼떨떨하다는 황찬섭은 “거리를 걸으면 조금씩 알아봐주시는 것 같다”며 “아직은 이런 관심이 적응되지 않는다. 계속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노력할 뿐”이라고 전했다.

운동신경이 뛰어나 많은 운동에 소질이 있었던 황찬섭은 대구 영선초등학교 4학년 때 그를 눈여겨본 학교 씨름단 감독의 제의를 받고 씨름을 시작했다. 175㎝ 78㎏로 지금도 운동선수로서는 큰 체구가 아닌 황찬섭은 “당시는 체격이 더 작았다”며 “덩치가 작아도 나보다 훨씬 더 큰 선수들을 기술을 이용해 쓰러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 씨름에 큰 매력을 느꼈다”고 입문 이유를 밝혔다.

한때 씨름에 대한 사람들의 저조한 관심에 아쉬움을 느끼기도 했다. 황찬섭은 “대학교 1학년쯤 미래에 대해 고민이 돼 씨름을 그만두려고 했다”고 고백했다. 이어 “다행히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성적이 나왔고 부모님도 지지해주셔서 선수생활을 이어갈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이후 2017년 각종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해 7관왕에 오르는 등 빼어난 성과를 올렸다.

황찬섭은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 남들보다 덜 자고 덜 놀고 더 운동했다”고 밝혔다. 그의 카카오톡 프로필에는 ‘여전할래 역전할래, 집중하자.’고 적혀 있다. 자신의 상황에 자만하지 않고 마음을 다잡겠다는 굳은 결의를 엿볼 수 있다.

황찬섭의 장기는 들배지기다. 상대편의 샅바를 잡고 배 높이까지 들어 올린 뒤 자신의 몸을 살짝 돌려 상대편을 넘어뜨리는 기술이다.

황찬섭은 “상대의 움직임을 읽고 빈틈을 잡아내 한 번에 들어내야하기에 단순하면서도 난이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자신감과 패기만으로는 안된다”며 “앞으로 몸집도 더 키우고 변화해 가겠다”고 덧붙였다.

황찬섭은 씨름의 매력으로 ‘서로 살을 맞대는 것’을 들었다. 황찬섭은 “서로 살을 맞대는 스포츠다보니 상대방의 근육 떨림을 보다 정확히 느낄 수 있는 매력적인 스포츠”라며 “서로 몸싸움을 펼치다 보면 선수들이 서로를 빨리 알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량급과 경량급 모두 저마다의 매력이 있다”며 “중량급은 강력한 힘과 힘의 맞대결을 느끼실 수 있고, 경량급은 현란하고 빠른 기술 씨름을 체험하실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종목에 대한 관심은 올랐지만 아직 접근성이 부족한 점은 못내 아쉽다. 황찬섭은 “관중석에 분명 팬들도 늘어나셨고, 협회에서도 대회를 더욱 늘려주셨다”면서도 “주로 외곽에서 대회가 펼쳐지다 보니 팬들로부터 ‘찾아가고 싶은데, 가기가 힘들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지원이 늘어나 선수들이 씨름에 집중하고, 팬분들은 경기장에 편하게 와서 경기를 관전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면 좋겠다”는 희망을 드러냈다.

씨름의 인기가 급상승하며 인지도도 크게 올랐다. 11월 말에는 공중파에서 ‘씨름의 희열(가제)’이라는 이름으로 씨름 관련 예능 프로그램이 시작될 예정이다. 황찬섭 또한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더 많은 대중들에게 다가갈 기회인 셈이다. 황찬섭은 “씨름선수 생활을 하면서 요즘이 제일 행복하다”며 “저를 통해 사람들이 씨름과 선수들에 대해 알아가시게 되니 뿌듯하다. 할 맛이 난다”며 웃었다.

물론 이같은 관심이 일시적이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도 있다. 황찬섭은 “어떤 이유로든 지금 관심을 받게 됐다”며 “이제는 저희가 경기력으로 팬분들에게 ‘씨름이 정말 재미있다’라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다. 저도 더 집중해서 장사 타이틀을 따내겠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팬에 대한 다짐도 잊지 않았다. “부디 이 열기가 식지 않고 많은 분들이 씨름장으로 찾아와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를 위해 저부터 앞으로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인천=이현우 기자 base@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