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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도 동물국회?… 공화 의원 20여명 탄핵조사실 난입 소동

미국 공화당 소속 하원의원 수십명이 23일(현지시간) 워싱턴 의사당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민주당의 탄핵 조사가 불투명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항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 의원들이 이날 정보위원회 비공개 증언이 예정돼 있던 로라 쿠퍼 국방부 부차관보의 입장을 저지하고 청문회장을 점거하면서 탄핵 조사는 5시간가량 파행을 빚었다. AP뉴시스


미국에서도 의회의 막장 행태가 논란이 됐다. 여당인 공화당 소속 하원의원들이 2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공개 탄핵 조사 회의실에 난입한 것. 이 때문에 탄핵 조사는 5시간가량 파행을 빚었다.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에 앞서 공화당 의원들과 회의실 난입 계획을 공유했다고 전했고, CNN방송은 “이번 회의실 점거는 앞으로 공화당의 탄핵 조사 방해 행위가 더욱 격렬해질 것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보도했다. 탄핵 조사를 놓고 공화당과 민주당 간 정면충돌은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이날 의회에 소환된 인물은 로라 쿠퍼 국방부 부차관보였다. 하원 탄핵 조사위원회는 쿠퍼 부차관보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 유력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부자의 뒷조사와 우크라이나에 대한 3억9100만 달러(약 4600억원) 규모의 군사지원을 연계했는지를 물을 계획이었다.

CNN 등에 따르면 20여명의 공화당 하원의원들이 이날 오전 10시쯤 의회 내에 별도로 분리된 탄핵 회의실에 난입했다. 강성 트럼프 지지자인 맷 개츠 공화당 하원의원이 난입을 주도했으며 스티브 스칼리스 공화당 하원 원내총무도 참여했다고 CNN은 보도했다.

공화당 의원들은 탄핵 조사위의 비공개 조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탄핵 조사를 주도하는 민주당 소속 애덤 시프 하원 정보위원장을 향해 고함을 질렀다. 그러나 시프 위원장은 이들의 공격에 휘말리지 않았다고 목격자들이 전했다. 시프 위원장은 공화당 의원들에게 조사실 퇴장을 요구했으나 이들이 거부하자 증언 청취를 연기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반격에 나섰다. 발 데밍스 의원은 공화당 의원들을 향해 “붙잡히지만 않는다면 당신 아이들에게 거짓말하고, 훔치고, 사기치는 것이 괜찮다고 가르칠 것이냐”고 따졌다. 현장에 있었던 테드 리우 하원의원은 “그들은 제 정신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에릭 스월웰 하원의원도 “공화당 의원들은 지금의 증인뿐만 아니라 미래의 증인들을 겁주기 위해 이런 짓을 저질렀다”고 강조했다.

CNN은 피자와 스낵류가 회의실 근처에 배달됐다고 전했다. 회의실을 점거했던 공화당 의원들은 오후 2시 하원 표결에 참석하기 위해 자리를 떠났다. 이후 오후 3시쯤 증인에 대한 조사가 재개됐다. 공화당 일부 의원들은 비공개 증언 때 반입금지 물품인 휴대전화 등 전자기기를 소지하고 있다가 뒤늦게 이를 수거해 회의실 밖으로 옮기는 일도 벌어졌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공화당원들은 더 거칠어지고 싸워야 한다”고 말한 지 이틀 만에 난입이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윌리엄 테일러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대사 대행이 전날 탄핵 조사에서 증언한 후 트럼프 대통령이 궁지에 몰리자 공화당이 쿠퍼 부차관보의 증언 저지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공화당 하원의원들과 약 2시간30분간 회의를 했으며 회의실 난입에 대한 계획도 공유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증인들의 증언 녹취록이 공개돼야 자신의 무죄를 입증할 수 있다며 녹취록 공개를 희망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공개된 퀴니피액대 여론조사 결과 미국민의 55%가 탄핵 조사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국정 지지도는 38%로 퀴니피액대 조사 사상 처음으로 40% 밑으로 하락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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