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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빈채 수거된 방폐물 자루… 日 “영향 미미” 주장

아베 신조(왼쪽) 일본 총리가 17일 제19호 태풍 ‘하기비스’로 피해를 입은 후쿠시마현 모토미야시 대피소를 방문해 한 이재민과 악수하며 위로 인사를 건네고 있다. 기록적인 폭우로 일본에서 이날 오후 2시 현재 77명이 숨지고 9명이 실종, 348명이 부상을 당했다. AP뉴시스


후쿠시마 원전사고 당시 방사성 오염물질을 보관했던 자루들이 제19호 태풍 ‘하기비스’에 휩쓸려 유실됐다가 대부분 내용물이 없어진 채 발견됐다. 오염물질이 태평양으로 흘러들어갔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허점이 드러났지만 일본 정부는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원전 오염수를 해양으로 방출하려는 시도도 거듭해 국내외에서 우려가 나온다.

일본 후쿠시마현 다무라시는 16일까지 태풍으로 인한 폭우로 유실됐던 방사성 폐기물 19포대 중 17자루를 회수했다. 하지만 이 가운데 10자루는 내용물이 없어진 상태였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유실된 자루에는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오염제거 작업에서 나온 방사성 폐기물이 담겨 있었다.

다무라시는 앞서 폭우로 폐기물 자루 임시보관장에 있던 2667자루 중 일부가 인근 하천으로 유실돼 지난 14일까지 7자루를 수거했으며 폐기물은 밖으로 새지 않았다고 밝혔다. 고이즈미 신지로 환경상은 지난 15일 “회수된 폐기물은 용기가 파손되지 않아 환경에 영향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16일 환경성과 합동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강가 나무 등에 걸린 10자루가 빈 채로 추가 발견했다. 자루에 들었던 폐기물은 인근 후루미치강 등을 거쳐 태평양으로 흘러갔을 가능성이 크다. 자루 1개에는 최대 1.3t의 폐기물이 담겨 있었던 만큼 최대 13t이 유실됐을 가능성이 있다. 일본 정부가 유실된 자루의 수를 밝히지 않은 만큼 더 많은 폐기물이 사라졌을 수도 있다.

폐기물 유출 확인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는 여전히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는 주장을 고수한다. 환경성은 “폐기물 자루 임시보관장과 강 하류의 공간방사선량을 조사했지만 ‘문제가 없는 수치’였으며, 강물의 방사능 농도도 조사했지만 (방사능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폭우로 강의 유속이 빨랐던 점을 고려하면 이미 폐기물에 포함된 방사성 물질이 바다로 흘러갔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인근 지역의 방사선량만 측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사성 폐기물 외에도 맹독성 물질인 ‘사이안화나트륨’이 유출돼 주민들에게 대피 경고가 나왔다. 지지통신은 후쿠시마현 고리야마에서 강의 범람으로 인근 공장의 사이안화나트륨이 유출됐다고 보도했다. 사이안화나트륨은 매우 독성이 강한 물질로 물과 접촉하면 맹독성 가스를 발생시킨다.

일본 당국의 방사성 폐기물 관리 부실이 여실히 드러난 가운데 오는 18~19일 폭우로 또 다른 오염물질의 유실이 우려된다. 일본에서는 아예 원전 오염수를 해양 방출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이 다시 나왔다. 후케다 도시오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 위원장은 16일 기자회견에서 “오염수 방출 기준은 신체에 미치는 영향을 계산하는 것보다 훨씬 보수적”이라며 “이 기준만 지키면 신체에 영향이 없다”고 주장했다.

후케다 위원장은 한술 더 떠 일본 각지에서 삼중수소(트리튬)가 포함된 물을 바다에 배출하고 있는 다른 전력회사들이 동업자로서 도쿄전력을 응원하는 취지로 방출 기준이나 동의 여부에 대해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도 말했다. 교도통신은 “후케다 위원장은 예전부터 해양 방출을 주장해 왔다”며 “이전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라고 지적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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