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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적이던 자동차·항공·건설업계, 기업 문화 변신 급물살

복장 자율화 시범운영을 실시한 지난달 23일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에서 직원들이 편한 옷차림으로 근무하고 있는 모습. 대한항공 제공


최근 세계적인 업황 악화, 미·중 무역 분쟁 등 외부 악재로 타격을 받고 있는 국내 기업들이 빠르고 유연한 조직을 만들기 위해 잇달아 조직문화 혁신에 나서고 있다. 특히 기존에 보수적이고 수직적인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던 자동차, 항공 및 건설업계에서 복장이나 직급, 업무 환경 등에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2일부터 운항·객실 승무원과 접객서비스 직원 등 유니폼을 착용해야 하는 직원을 제외한 국내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복장 자율화 조치를 전면 시행키로 했다고 1일 밝혔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전면 복장 자율화 시행은 최근 조직문화 개선을 위해 직원 편의 및 복지 향상, 쾌적한 근무 환경 조성 등 다양한 부문에서 변화를 꾀하고 있는 조치들의 일환”이라며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업무 효율을 극대화시키는 한편 창의적 의사소통을 가능케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한항공은 지난 5월부터 연중 상시 넥타이를 매지 않는 ‘노타이’ 근무, 개인이 선호하는 근무 패턴에 맞게 점심시간을 갖는 ‘점심시간 자율 선택제’ 등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 7월부터는 사내 업무 시스템을 구글 클라우드 기반 생산성 및 협업 소프트웨어 도구 모음인 ‘G 스위트’로 전환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자율적 업무 환경으로 바꾸고 있다.

지난 3월부터 복장 자율화를 실시한 현대자동차그룹은 이달부터 직급 개편 및 호칭 변경에 나선다. 직원의 직급이 기존 6단계에서 4단계로 축소되고 호칭은 두 가지로만 구분된다. 기존 4, 5급 사원과 대리인 G1(Grade 1)·G2는 ‘매니저’로, G3(과장)와 G4(차장·부장)는 ‘책임매니저’로 부르게 된다. 직급 개편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추구하는 수평적이고 유연한 조직문화 구축 작업의 일환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기존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 5단계 직급을 ‘사원-대리·과장-차장 이상’의 3단계로 줄이고 모든 팀원의 호칭을 매니저로 통합했다.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강화해 건설사 최초로 도입한 애자일(agile·민첩하고 기민한) 조직을 더욱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다. 애자일은 부서 간 경계를 허물고 구성원에게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해 신속하게 업무를 처리하는 방식을 말한다.

재계 한 관계자는 “기존의 보수적인 기업문화와 수직적인 구조로는 빠르게 변하는 산업별 패러다임을 따라가기 힘들다”면서 “인공지능(AI)을 비롯한 4차 산업혁명 기술이 다양한 산업에 적용되면서 글로벌 스타트업·정보기술(IT)업계와의 협업이 늘고 업종 구분이 모호해진 것도 이 같은 변화에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풀이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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