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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강 각축장 된 카디즈·독도… 안보위협 심상찮다

윤상현(왼쪽)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이 24일 국회에서 막심 볼코프(가운데) 주한 러시아 대사대리와 파벨 레샤코프 참사관을 만나고 있다. 볼코프 대사대리는 윤 위원장과의 면담에서 전날 러시아 군용기의 우리 영공 침범 사실을 시인하지 않았다. 최종학 선임기자


항공기 접근을 사전에 식별해 영공 침범을 막으려고 설정한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이 중국과 러시아, 일본을 비롯한 한반도 주변 열강들의 힘겨루기 장(場)으로 활용되고 있다. 심지어 국제법상 주권이 미치는 독도 영공까지 ‘훈련 포인트’처럼 쓰이는 상황에 처했다는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 일본은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며 악화일로인 한·일 관계에 불을 지르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 한반도 주변 열강들의 안보 위협이 더욱 고조될 수 있다는 점이다. 중국 국방부는 24일 “중·러 양국 공군은 23일 동북아 지역에서 처음으로 연합 공중 전략 순항을 했다”고 밝혔다. 또 “비행 기간 양국 공군 항공기는 국제법의 관련 규정을 엄격히 준수해 다른 나라의 영공으로 진입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번이 첫 번째 중·러 연합 공중 훈련이며 이후에도 KADIZ를 무시한 채 진행되는 훈련을 계속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전날 중·러 군용기 5대는 우리 공군 F-15K, KF-16 전투기 18대를 끌고 다니며 남해와 동해상 KADIZ를 훑고 다녔다. 러시아 군용기가 독도 영공을 두 차례나 침범한 데다 중·러 군용기 4대는 편대비행을 하며 울릉도와 독도 사이를 지나가는 기동훈련까지 했다. KADIZ는 주권을 인정받는 영공이 아니지만 여기에 진입하려면 관할 군 당국 사전 허가를 받는 것이 관례다. 이런 관례를 깨버리고 중·러 군 당국은 보란 듯 한반도 인근 상공을 ‘공용 훈련장’처럼 쓴 셈이다. 강대국 사이에 끼인 한반도의 지정학적 특성이 군사적 갈등으로 비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훈련 시나리오도 치밀한 사전 계획을 통해 짜인 것으로 보인다. 중국 폭격기가 동해 북방한계선(NLL) 북쪽으로 넘어가 러시아 폭격기와 합류한 뒤 남하하며 시선을 끄는 사이 러시아 A-50 조기경보통제기가 독도 영공을 두 차례나 침범했다. 미국을 고리로 맺어진 한·미·일 안보협력이 한·일 갈등으로 위기를 맞은 사이 중·러가 군사적 영향력을 더욱 끌어올리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은 “공중 이동 경로의 경우 중국이 봉쇄당하면 자동적으로 러시아도 봉쇄되는 효과가 있다”며 “공통의 이해관계를 가진 중국과 러시아가 앞으로 군용기 이동 경로에 제약을 받지 않겠다는 시위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위협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러 연합 전선에 일본은 ‘뜻밖의 적군’으로 등장했다. 일본은 독도 영공을 침범한 러시아 군용기에 경고사격을 한 우리 군에 대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독도는 일본 땅’에서 한발 더 나아가 독도 방어를 일본이 해야 한다는 억지 주장을 노골적으로 내놓고 있다. 일본이 독도 주변에서 공격적인 군사적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본은 전날 통합막료감부(한국의 합동참모본부 격) 보도 발표자료를 통해 러시아·중국 군용기들의 이동 경로를 공개했다. 이 자료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러시아 A-50 조기경보통제기 1대가 다케시마(일본이 주장하는 독도 명칭) 영공을 침범한 것을 확인했다”면서 조기경보통제기 이동 경로를 공개한 점이다. ‘영공 침범의 개요’라며 ‘1차 9시9분38초~9시12분31초’ ‘2차 9시33분34초~9시37분29초’라고 초 단위까지 독도 침범 시간을 적시했다. 일본 군 당국이 ‘독도=일본 영토’라는 전제를 깔고 내놓은 자료였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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