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핑 주홍글씨 쑨양 ‘시상대 패싱’에 수영계 출렁

중국의 쑨양이 23일 광주광역시 남부대 시립국제수영장에서 열린 2019 광주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남자 자유형 200m 결승이 끝난 뒤 고개를 숙이고 생각에 잠겨 있다. 쑨양은 약물 복용 의혹으로 우승을 하고도 환영받지 못하는 처지다. 연합뉴스
 
쑨양(왼쪽)은 자유형 200m 시상식에서 시상대에 같이 오르기를 거부한 영국의 던컨 스콧(오른쪽)을 향해 소리를 질렀고(위 사진) 관중석의 영국 선수단은 쑨양에게 야유를 보냈다(아래 사진). 연합뉴스
 
지난 21일 자유형 400m 시상식에서도 호주의 맥 호튼(왼쪽)이 쑨양과 같이 서기를 거부했다. 연합뉴스


“쑨양이 (금지약물 복용으로) 수영을 무시하는데, 우리가 왜 그를 존중해야 합니까?”

영국 수영 국가대표인 던컨 스콧이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남긴 말이다. 광주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 중국 수영영웅 쑨양에 대한 수영계의 거부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함께 경쟁한 동료들이 쑨양의 우승을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범 수영계가 쑨양에 대한 비난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2관왕에 오른 쑨양의 금메달이 오욕의 상징으로 회자되고 있는 모양새다.

쑨양은 2019 국제수영연맹(FINA) 광주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 21일 자유형 400m에 이어 23일 자유형 200m에서도 우승했다. 자유형 200m에서는 2위에 올랐다가 1위에 오른 리투아니아의 다나스 랍시스의 실격(부정출발)으로 금메달을 얻은 행운이 있었지만 세계선수권에서 2관왕은 대단한 결과물이다. 하지만 쑨양은 전혀 박수받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경쟁자들이 메달 시상식에서 쑨양을 외면하는 ‘쑨양 패싱’이 잇따라 벌어졌다.

남자 자유형 200m에서 3위에 오른 스콧은 시상대에서 악수하려고 손을 내민 쑨양을 무시했다. 메달리스트의 기념 촬영에서도 멀찌감치 떨어져 있었다. 이날 경기에서는 쑨양에 대한 관중들의 야유도 나왔다. 앞서 21일에도 자유형 400m 2위를 차지한 맥 호튼(호주)이 시상대에 오르지도 않고 쑨양과의 사진 촬영도 거부했다.

이 같은 상황은 쑨양이 자초했다. 쑨양은 2014년 금지약물 양성 반응으로 3개월 자격정지 징계를 받은데 이어 지난해 9월에는 혈액이 담긴 도핑 검사용 유리병을 고의로 깨뜨렸다. 약물 복용에 대해 반성해야 할 선수가 거리낌 없이 대회에 출전하자 선수들은 ‘스포츠 공정성’이 침해되고 있다고 본 것이다.

타 종목 선수들도 쑨양 비판에 적극적이다. 이번 대회 남자 평영 100m 부문 세계 신기록을 달성하고 우승까지 거머쥔 애덤 피티(영국)는 “스콧이 옳은 행동을 했다”며 “쑨양은 수영을 계속 해야하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여자 평영 100m 우승자 릴리 킹도 “선수들은 호튼의 행동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계속되는 동료 선수들의 비판에 쑨양도 평점심을 잃고 있다. 호튼에게 “나는 무시해도 되지만 중국을 무시해선 안된다”고 말했던 쑨양은 이틀 후 스콧을 향해서는 “너는 패자고, 나는 승자야!”라고 외치며 분을 참지 못했다. BBC는 “쑨양이 점점 추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24일 쑨양이 자신의 마지막 참가종목인 자유형 800m 결승에서 6위에 그침에 따라 시상대 해프닝은 더이상 발생하지 않게 됐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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