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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한·일 입장 청취 단계… 당장 중재하는 일 없을 것”



미국 정부는 일본의 수출 규제로 촉발된 한·일 갈등을 위중하게 보면서도 한·일 양국이 원만한 타협을 이뤄내야 한다는 당사자주의를 내세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또 현재 국면을 한·일 양국의 입장을 개별적으로 청취하는 단계로 규정하면서도 한·일 갈등 불개입 노선을 취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한·일 관계가 정면충돌로 치달을 경우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또 미국의 중립 천명이 일방적인 보복 조치를 꺼내드는 일본을 돕는 효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일본이 트럼프 행정부에 “중재에 나서는 것이 한국 편을 드는 것처럼 비칠 수 있다”면서 “한·일 문제에 중재 형식으로 개입하지 말 것”을 요구한 것이 효과를 보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13일(현지시간) “미국 정부의 고위 관계자가 한·일 갈등과 관련해 한국 측에 ‘현재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과 일본의 입장을 개별적으로 듣는 단계’라고 설명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행정부는 한·일 양국 중 어느 한쪽의 편을 들 수 없는 것이 미국의 입장이라는 것을 한국 측에 통보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바라는 가장 최고의 해법은 양국이 원만한 타협을 하는 것”이라면서 “미국은 한·일 갈등에 직접 나서는 상황을 원치 않는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공개적으로 한·일 갈등 불개입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는 지난 12일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인 자유한국당 윤상현 의원과 서울에서 비공개 면담을 가진 자리에서 “지금은 미국 정부가 한·일 관계를 중재하거나 개입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고 윤 위원장이 전했다. 아시아를 방문 중인 데이비드 스틸웰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도쿄에서 일본 NHK방송과 인터뷰를 갖고 “한국과 일본이 긴장 관계에 있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도 “내가 (한·일 갈등 상황에 대해) 중재할 계획은 없다”고 강조했다.

다른 외교 소식통은 “일본이 미국에 한·일 문제에 나서지 말 것을 요구했다는 얘기가 워싱턴에 파다하다”면서 “일본은 한·미·일 3자 간 협의에 매우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미국을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한·일의 싸움이 치열한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는 북핵 문제 해결과 중국 견제를 위해선 한·미·일 3각 공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한·일 갈등이 더욱 악화될 경우 모른 척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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