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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일 정서에 아이 안전 걱정” 일본인 학부모들 평온 속 불안



1000여명의 일본인이 모여 사는 서울 용산구 동부이촌동의 ‘재팬 타운’(사진).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이에 대한 일본 정부의 경제 보복으로 반일 감정이 극에 달해 있는 9일 찾은 이곳은 한껏 움츠러든 분위기였다. 일본어로 된 간판을 단 상점들이 곳곳에 있었지만 사람들의 발걸음은 뜸했다. 일본인 학부모들은 학교에 다니는 자녀들이 해코지를 당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불안해했다.

재팬 타운에서 만난 일본인 주부 A씨(47)는 “한국에서 일본산 제품에 대한 불매 운동이 대대적으로 벌어지고 있다는 뉴스를 접했다”며 “아들이 중학교 1학년인데 혼자 다닐 때 불미스러운 일을 당하지 않을까 많이 염려된다”고 말했다. 초등학생 자녀의 하교를 기다리던 일본인 B씨(37)도 “우리 같은 어른이야 괜찮지만 아이들의 안전이 가장 신경 쓰인다”고 말했다.

한·일 양국 간 감정이 좋지 않은 상황임을 감안해 아예 의견 표출을 삼가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일본 식재료 판매점에 근무하는 한 일본인은 “반일 문제 이야기를 들었지만 이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은 없다”고 했다. 한국인 사장도 손을 내저으며 “서로 말해서 좋을 게 뭐가 있나. 그냥 가만히 이 사태가 진정되기를 기다릴 뿐”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곳의 몇몇 소매점들은 일본산 제품 불매 운동으로 타격을 봤다고 했다. 재팬 타운 내 지하상가에서 40여년째 대를 이어 일본산 간식과 생필품 등 잡화를 팔아온 최모(56)씨는 “2주 전에 비해 매출이 80% 정도 줄었다”며 “과거에도 불매 운동이 벌어진 적이 있지만 이번처럼 장사가 안 된 적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최씨는 “대통령이든 정치인이든 누가 나서서 문제를 해결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주부 사토 나기사(32)씨는 “일본인 사람들이 모여 사는 마을인 만큼 실생활에서 반일 분위기를 체감하지는 않는다”면서도 “양국 관계가 빨리 좋아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일본 정부가 지난 1일 한국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를 겨냥해 수출 제한 조치를 내린 이후로 반일 감정은 날로 격화되고 있다.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BOYCOTT JAPAN(보이콧 재팬)’이라는 문구와 함께 불매 기업 리스트가 공유되는가 하면 일본 견종인 시바견을 키우거나 일본 여행을 간 유튜버가 네티즌들로부터 집중포화를 맞는 일도 있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자기검열을 하는 일본인들도 늘었다. 한국에 온 지 2년 된 일본인 유학생은 “요즘에는 일본어로 통화할 때 나도 모르게 주변 눈치를 보게 된다. 한국 사람들이 일본인이라고 불쾌해하거나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지 신경 쓰인다”고 말했다. 일본에 사는 부모가 “한국의 반일 감정이 심각하다는데 언제까지 있을 거냐”는 연락도 여러 번 해왔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반일 정서가 일본인이나 일본 전체에 대한 반감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설동훈 전북대 교수는 “일본이 한국의 주력 산업에 타격을 줄 의도로 수출 제한 조치를 취한 것은 분명히 잘못됐고 문제제기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일본인을 혐오하는 현상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윤인진 고려대 교수는 “정부 간 풀어야 할 일에 국민들이 나서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안 된다”며 “친한파 일본인들까지 배척해서 우리에게 좋을 것이 없다”고 말했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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