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접실 전등갓이 된 구겨진 종이

주한 핀란드 대사관저의 거실 전경. 왼쪽의 조명등이 구겨진 종이에서 영감을 얻은 일카 수파넨의 작품이다. 단순하고 실용적이면서 자연주의적인 핀란드 스타일의 맛이 물씬 풍긴다.




지난 5일, 서울 성북구 대사관로에 있는 핀란드 대사관저가 공개됐다. 에로 수오미넨(63·사진) 주한 핀란드 대사가 이례적으로 한국 언론을 초청한 이유는 부산시립미술관에서 열리는 전시 ‘피니시 알토(Finish aalto·핀란드 웨이브)를 홍보하기 위해서였다.

오는 12일부터 11월 26일까지 열리는 전시에는 핀란드 디자인 제품과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회화 설치 조각 미디어 사진 등 여러 장르의 작가 11명의 작품이 나온다. 대사관저에는 참여 작가들의 작품이 곳곳에 있어 전시 분위기를 엿볼 수 있었다.

북유럽 스타일의 인테리어가 대세이니 관심사는 단연 가구나 식기 등 핀란드 스타일 인테리어였다. 한마디로 ‘심플+실용성+자연주의’로 요약될 수 있을 것 같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응접실의 조명등이었다. 종이를 구긴 뒤 그 안에 전구를 넣은 것 같다고 했더니 수오미넨 대사는 “맞다. 실제로 그렇게 탄생했다”며 웃었다. 조명등 디자이너 일카 수파넨은 밑그림을 그리다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자 답답해 종이를 확 구겨서 휴지통에 던졌다. 버려진 그 종이를 보고 ‘맞다, 저거다!’라는 생각이 번쩍 들었고, 그렇게 제품화됐다는 설명이었다.

브런치가 차려진 식탁도 핀란드 디자인 그 자체였다. 핀란드 집마다 꼭 갖추고 있다는 ‘이딸라’ 식기는 심플함과 실용성을 웅변했다. 핀란드 국민 디자이너 알바 알토가 제작한 유리병과 쟁반도 있었다. 알바 알토 유리병은 곡면이 원이 아니라 물결치듯 굽어져 있다. 호수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이 제품은 자연의 곡선을 취해 보는 사람을 편안하게 했다.

군데군데 놓여 있는 유리로 만든 새는 유리 공예가 오이바 토이카의 작품이다. 핀란드는 유리 공예 산업으로 유명하다. 수오미넨 대사는 “제 부친이 유리 공예가였다”고 귀띔하며 “덕분에 예술과 친해질 수 있었다”고 했다.

김선희 부산시립미술관장은 “알바 알토와 그의 후예들의 작품을 모두 만날 수 있다. 의식주 가운데 음식만 빼고 다 왔다”고 소개했다. 수오미넨 대사는 “디자인뿐 아니라 핀란드 예술 전체로 관심을 넓혀 달라”며 “핀란드 디자인과 예술을 이렇게 대규모로 선보이는 건 처음”이라고 자랑했다.

글·사진=손영옥 미술·문화재전문기자 yosoh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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