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정용 감독 “이보다 좋을 순 없다… 롤러코스터 쾌감 느꼈죠”

2019 폴란드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준우승을 이루고 온 대표팀의 코칭스태프가 20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앞서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김대환 코치, 공오균 코치, 정정용 감독, 오성환 코치. 윤성호 기자
 
U-20 월드컵에서 맹활약한 뒤 K리그에 나설 조영욱, 전세진, 오세훈, 황태현, 엄원상(왼쪽부터)이 ‘K리거 미디어데이’에서 손가락으로 하트 모양을 만드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시스


“선수들이 잘 따르고 경기가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갈 때가 최고의 순간이었다. 롤러코스터 같은 쾌감이 있었다.”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준우승 신화를 쓰고 온 정정용(50) 감독이 영광의 순간을 떠올리며 당시의 심경을 돌이켰다. 정 감독을 비롯한 U-20 대표팀 코치진은 20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월드컵을 결산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한국 남자축구 역사상 처음으로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대회 준우승을 이뤄낸 정 감독은 대회를 거치며 느낀 솔직한 감정과 유소년 축구에 대한 뼈있는 조언을 남겼다.

“지금보다 더 좋을 수 있나 싶다”고 자평할 정도의 성취를 이뤄냈지만,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발렌시아 CF의 이강인을 제외하면 ‘골짜기 세대’라고 불릴 정도로 스타급 선수가 적어 기대받지 못하던 대표팀이었다. 정 감독은 대회 내내 스트레스로 편두통에 시달렸다. 정 감독은 “세네갈과의 8강전 승부차기에서 처음 두 골이 안 들어가자 우리 팀은 여기까지라고 생각하기도 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번 월드컵에서 ‘제갈용(제갈공명+정정용)’이라 불릴 정도로 천변의 전술을 선보인 그에게도 결승전 패배의 아쉬움은 짙게 남았다. 32도가 넘는 무더위 속에서 특유의 전술 변화와 선수 기용·교체가 통하지 않았다. 정 감독은 “선제골 이후에 라인을 올리고 싶었는데 선수들의 체력이 따라주지 못했다”며 “조금 더 냉철하고 세심하게 준비했으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았을까”라고 했다.

13년 넘게 유소년 전문 지도자로 일해 온 정 감독은 한국 축구가 계속 빛나기 위해서는 유소년 축구 시스템이 발전해야 한다고 했다. 정 감독은 “어린 선수들은 잠을 잘 때도 축구공을 끌어안을 정도로 공과 가까워야 한다”며 “5대 5나 8대 8 게임을 등을 통해 공을 많이 다룰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역사적인 준우승 또한 유소년 축구에 대한 깊은 이해와 꼼꼼한 준비로 가능했다. 2년 전 한국에서 열린 U-20 월드컵을 개막전부터 결승전까지 꼼꼼히 챙겨본 것이 도움이 됐다.

골든볼을 받은 이강인에 대해 코칭스태프는 입을 모아 높이 평가했다. 공오균 코치는 “이강인이 생각 이상으로 잘해줬다”며 “(일본의 신성) 쿠보 타케후사보다 더 뛰어나다”고 했다. 정 감독은 이강인을 포함한 U-20 선수들이 더욱 축구에 매진할 것을 주문했다. 정 감독은 제자들에게 “더 높은 수준의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그라운드에서 바로 볼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같은 날 미디어데이를 연 U-20 대표팀의 K리거들은 성장에 대한 열망을 감추지 않았다. 리그로 복귀하는 조영욱(서울)과 전세진(수원), 오세훈(아산), 엄원상(광주), 황태현(안산)은 짧게는 주전 경쟁에서의 승리를, 길게는 성인 대표팀 승선을 꿈꿨다. 오세훈은 “U-17·U-20 월드컵에 나갔으니 이제는 성인 월드컵 출전이 목표”라고 밝혔다. 전세진은 “지금보다 더 기량을 발전시켜서 국가대표에 선발되고 싶다”고 희망했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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