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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혈 행렬에 헬기사격… 총탄이 빗방울처럼 바닥에 떨어졌다”

10일 오전 광주 동구 광주지법 법정동 앞에서 정수만(73) 전 5·18 민주유공자 유족회장이 5·18 민주화운동 당시 헬기사격 실상을 취재진에게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헌혈하기 위해 줄을 선 사람들을 향해 헬기에서 총을 쐈어요.”

10일 오전 광주지법 201호 대법정에서 형사8단독 장동혁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전두환(88) 전 대통령의 사자(死者)명예훼손 사건 3차 공판에서는 헌혈 행렬에 대한 헬기사격 증언과 함께 “로켓포를 쏴서라도 때려라”는 출동명령 자료가 증거물로 제출됐다.

이날 재판에서는 5·18민주화운동 기간 헬기사격을 목격한 6명의 시민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됐다. 5·18 당시 남동생이 숨진 이후 30여년간 민주화운동 관련 증언과 기록을 수집·연구해온 정수만(73) 전 5·18 유족회장은 육군 항공대 상황일지와 육군본부, 전투병과교육사령부(전교사), 기무사의 자료 등을 토대로 계엄군 헬기 사격을 구체적으로 증언했다.

첫 번째 증인으로 나선 정씨는 “당시 1항공여단이 5월 27일 새벽 폭도 2명을 사살했다는 상황일지와 특정 항공대가 발간포 실탄을 싣고 광주에 출격했다는 군 기록을 갖고 있다. ‘로켓포를 쏴서라도 제압하라’는 출동명령을 받았다는 계엄군 증언 기록도 확보했다”고 말했다.

1항공여단은 전남도청을 본부로 삼아 항전하던 광주 시민군을 진압할 목적으로 계엄군을 실어 나른 상무충정작전 지원부대다. 정씨는 1980년 5월 22일 오전 10시쯤 육군 31사단장이 505항공대 소속 500MD 무장헬기 조종사를 호출해 ‘로켓포를 쏴서라도 때려라’는 출동명령을 내렸다는 계엄군 증언자료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항공기 31대의 운항기록이 10장밖에 남아 있지 않다며 군 차원의 은폐 가능성도 제기했다. 5·18백서 발간을 주도한 정씨는 미국 국방성과 국회·정부, 검찰, 경찰, 해외 등에서 그동안 30만쪽 이상의 5·18자료를 수집해 ‘5·18의 기록자’로 불린다.

1980년 5월 광주 기독병원 응급실에서 실습생으로 일했다는 최윤춘(56)씨는 계엄군 헬기 한 대가 헌혈하기 위해 줄을 선 시민들을 향해 사격을 가했다고 증언했다. 당시 광주간호원보조양성소 소속으로 실습에 나섰던 최씨는 “정확한 날짜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헬기소리가 들려 밖으로 나갔다가 병원 정문에서 응급실 쪽으로 헌혈하기 위해 줄 서 있던 시민들의 행렬 후미에 헬기에서 총을 쏘는 것을 봤다”고 밝혔다.

최씨는 “낮게 날던 헬기에서 ‘다다다다’ 총소리가 났고 맑은 날씨인데도 마른 땅에 빗방울이 튀듯 도로 바닥에 총알이 떨어지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의사복을 입고 긴급 환자를 이송하는 병원차에도 총을 쏘던 시절이었다. 헌혈하는 사람에게 헬기에서 총을 쏜 것이 이상할 것이 없을 정도로 총상 환자가 넘쳐났다”고 회고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또 당시 고교생 홍모(57)씨, 군복무를 마친 다음 날 헬기사격을 목격한 신모(61) 신부, 5·18 수습위원으로 활동한 최모(75)씨, 5·18 시민군 출신 소모(63)씨의 증언도 이어졌다. 이들은 모두 헬기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했다. 전씨에 대한 다음 재판은 헬기사격의 다른 목격자 4명이 출석한 가운데 오는 7월 8일 열린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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