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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신종수] 기독교인들 부끄럽게 하는 전광훈 목사



헌법 제20조 2항은 ‘국교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고 명시했다. 이른바 정교분리 원칙이다. 우리나라만 그런 것이 아니다. 미국은 물론이고 기독교 정당이 있는 독일도 마찬가지다. 기독교가 직접 정치에 개입하는 일은 없다. 독일의 집권당인 기독민주당만해도 합법적이고 국민들이 수긍하는 상식적인 범위 내에서 공적인 기능을 수행하고 있을 뿐이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가 최근 대표회장인 전광훈 목사 명의로 홈페이지에 시국선언문을 올렸다. “한기총은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말까지 하야할 것과 내년 4월 15일 총선에서 대통령 선거와 개헌헌법 선거를 실시할 것을 요구하는 바입니다.” 종교를 가진 개인이 투표에 참여하거나 유권자 운동을 할 수는 있다. 하지만 기독교 이름으로 편향적인 정치적 주장을 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전 목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무효를 부르짖고 문 대통령을 간첩이라고 주장한 적도 있다. 박 전 대통령 탄핵 당시 기독교인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에서 80%가 탄핵에 찬성했다는 점에서 기독교인 대부분의 생각과 배치된다. 더구나 문 대통령을 간첩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허위사실이고 색깔론이고 명예훼손이고 선동이다. 독일처럼 기독교가 정치 참여를 할 때는 기독교적 가치에 기초해야 한다. 사랑과 공의, 평화처럼 모든 사람이 수긍하는 가치다. 기독교를 팔아 극우 정치를 하는 것은 기독교를 욕되게 한다. 많은 기독교인들은 전 목사의 언행에 부끄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는 자신을 히틀러에 저항한 독일의 본회퍼 목사에 비유하기도 했으나 본회퍼 후손들이 들으면 화를 낼만한 견강부회다.

한기총 내에서도 비판 여론이 많다. ‘한기총 정상화를 위한 임원 및 회원 교단장 비상대책위원회’는 전 목사의 대표회장직 사퇴를 촉구했다. 더구나 한기총은 한국 기독교계를 대표하는 조직도 아니다. 2010년대 초까지만 해도 한국 교회 대부분의 교단과 주요 기독교 단체들이 소속된 기독교 최대 연합단체였지만 금권선거 등으로 인해 범기독교 진영에서 한기총 해체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예장 통합을 비롯한 주요 교단과 기관들이 한기총을 탈퇴하거나 ‘행정보류’ 상태로 정식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 전 목사는 개인적인 정치 욕망과 극단적인 이념 전파를 위해 한기총을 이용하고 있다. 이는 하나님께 죄를 짓는 것이다.

신종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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