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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상 가장 좋은 관계” 시진핑-푸틴의 反트럼프 연대

궈핑(앞줄 왼쪽) 화웨이 부회장과 알렉세이 코르냐 러시아 모바일텔레시스템스(MTS) 최고경영자가 5일(현지시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화웨이의 러시아 전역 5G 네트워크 설치 계약서를 교환한 뒤 악수하고 있다. 뒷줄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흐뭇한 표정으로 박수를 치고 있다. AP


미·중 무역갈등이 최고 수위로 치닫는 상황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하고 “역사상 가장 좋은 관계”라며 밀착을 과시했다. 관세 폭탄과 각종 통제로 총공세를 펴는 미국에 보란듯 두 정상은 중·러 관계를 격상시키고 각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될수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맞서는 중·러의 대미 공동전선도 더욱 공고해지는 분위기다.

6일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5일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3시간 가까이 단독·확대 정상회담을 하고 양국 관계를 ‘신시대 전면적 전략협력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지난 4월 26일 베이징에서 열린 일대일로(一帶一路) 포럼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지 한 달여 만에 다시 만났다.

특히 중국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는 중·러 정상회담에 맞춰 모스크바에서 러시아 최대 통신회사인 모바일텔레시스템스(MTS)와 내년까지 러시아 전역에 5G 네트워크를 설치하는 계약을 맺었다. MTS는 “이번 계약이 2019~2020년 사이 5G 기술의 발전과 5G 네트워크 시험 가동을 이뤄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화웨이는 전략적으로 중요한 분야에서 계약이 체결돼 기쁘다고 밝혔다.

시 주석이 화웨이의 러시아 시장 진출 계약을 직접 챙긴 것은 미국의 전방위 제재로 최대 위기에 직면한 화웨이를 살리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정부는 차이나모바일 등 자국 통신사들에게 5G 영업허가도 승인했다.

모스크바 인근 툴라주에 건립된 중국 SUV 생산 업체 ‘만리장성 모터스’의 조립공장도 이날 정상회담에 맞춰 가동에 들어갔다. 양국은 장거리 여객기와 중형 헬기 합작생산 방안도 협의 중이며, 러시아 북극권 천연가스 수출 프로젝트에 중국이 참여하는 등 양국의 경제 협력이 가속화되고 있다.

시 주석은 “우리는 점진적 행보를 통해 양국 관계를 사상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며 “세계 정세의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시기에 중·러 관계를 강화하는 것은 역사적 부름이자 양국의 흔들림 없는 전략적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두 정상은 에너지·과학기술·우주항공 분야 기술협력 강화, 양국 정부·기업이 참여하는 10억 달러 규모의 과학기술혁신펀드 조성, 양국 간 통화결제 확대, 일대일로 건설 협력 등을 약속했다. 시 주석은 러시아 방문 첫날 루이(如意)와 딩딩(丁丁)이란 판다 2마리를 모스크바동물원에 선물하기도 했다. 이들 판다는 푸틴 대통령이 베이징을 방문한 4월 말 러시아에 전달돼 이날 공개됐다. 푸틴 대통령은 “(판다 선물은) 러시아에 대한 특별한 존경과 신뢰의 표시”라고 평가했다. 관영 환구시보는 사설에서 “중·러 관계가 역대 가장 높은 수준인 ‘신시대 중·러 전면적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격상된 것은 대사건”이라며 “양국 관계는 이미 서로의 전략적 자산이 됐다”고 의미부여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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