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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전엔 연설 베껴 사퇴… 바이든, 이번엔 표절 공약 뭇매




미국 차기 대권을 노리는 민주당의 1등 주자 조 바이든(사진) 전 부통령의 대선 가도가 험난해지고 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이 야심차게 내놓은 기후변화 공약은 표절 논란에 휩싸였고, 대선 주요 이슈로 떠오른 낙태 문제에 대한 그의 소극적인 입장은 다른 민주당 주자들의 집중 포화를 받고 있다. 바이든은 30여년 전 대선 후보로 출마했을 당시에도 연설 표절 의혹을 받고 사퇴한 전력이 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이 지난 4일(현지시간) 발표한 기후변화 공약에는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탄소포집활용저장(CCS) 기술을 광범위하면서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확장 가능한 해결책을 신속하게 찾아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여기엔 “향후 10년간 청정에너지 개발을 위해 1조7000억 달러(약 2000조원)를 투자할 것”이라는 야심찬 계획도 담겼다. 그동안 바이든은 기후변화 대응에 무심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던 터라 이번 공약은 민주당 내에서 큰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이 공약의 주요 내용은 비영리단체 탄소포획연합(CCC)의 보고서를 그대로 옮긴 것이었다. 특히 ‘CCS 기술의 광범위하고 효율적인 활용’ ‘확장 가능한 해결책 모색’은 탄소포획연합이 꾸준히 강조하던 기후변화 대응책이었다. 워싱턴포스트(WP) 등 미 언론이 표절 의혹을 제기하자 바이든 선거캠프는 실수로 출처를 밝히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어 정확한 출처가 제시된 공약 수정안을 5일 내놨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바이든 전 부통령을 공격했다. 그는 영국 국빈방문 중에 “졸린 조 바이든의 터무니없는 기후변화 계획은 표절 혐의를 받고 있는데 이는 큰 문제”라며 “하지만 부패한 언론이 그를 지켜줄 것”이라고 트위터에 적었다. 학계에서도 바이든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레아 스토크스 샌타바버라대 교수는 “바이든은 정당한 대가 없이 다른 사람의 생각을 빼앗으려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이 표절 의혹으로 골치를 앓은 건 처음이 아니다. 그는 1987년 민주당 대선 후보로 나왔을 때 영국 노동당 대표였던 닐 키넉의 연설을 베꼈다는 의혹을 받았다. 당시 바이든은 표절 논란이 거세지자 “내 실수였다”고 인정하며 경선 출마를 포기했다. WP는 “바이든이 자칭 ‘실수제조기(gaffe machine)’라고 한 것처럼 그는 때때로 자신의 발언에 대해 부주의하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전했다.

미 대선의 최대 이슈로 부상한 낙태 문제도 바이든 전 부통령의 발목을 잡고 있다. NBC방송은 바이든이 낙태 비용 지원을 제한하는 법안인 하이드 수정안(Hyde Amendment)을 지지하고 있다고 바이든 선거캠프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 관계자는 “바이든은 여성의 낙태권을 보장하는 로 대 웨이드 판결이 위협받을 경우에만 하이드 수정안 폐지를 고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고 NBC는 전했다. 이는 하이드 수정안 전면 폐지를 주장하는 민주당 당론과 어긋나는 것이다.

민주당 유력 대선 주자들은 바이든 전 대통령의 입장에 거세게 반발했다. 엘리자베스 워런 연방 상원의원은 “(하이든 수정안이 폐지되지 않으면) 가난한 여성들은 여전히 낙태 시술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베토 오로크 전 하원의원은 “바이든의 생각은 정말 잘못됐다”며 “아마 그는 하이드 수정안을 제대로 모르고 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뉴욕타임스는 “바이든 측의 이번 발언은 민주당 내 경쟁 후보들은 물론 그의 여성 지지층과도 결별하게 만들었다”고 전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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