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홍원 & 유영현 사이… 가요계 학폭 논쟁, 달라진 것은


 
‘학교폭력 논란’에 휘말리면서 대중의 비난을 샀던 가수 효린, 유영현(맨 왼쪽)이 소속됐던 밴드 잔나비, ‘고등래퍼’ 우승자 양홍원(왼쪽 사진부터). 각 소속사, 엠넷 제공


가수들의 과거 학교폭력 가해 사실을 알리는 제보가 이어지면서 가요계가 연일 시끄럽다. 최근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엠넷 ‘프로듀스×101’에 출연한 연습생 윤서빈을 시작으로 밴드 잔나비의 건반 연주자 유영현, 걸그룹 씨스타 출신 효린, 걸그룹 베리굿의 다예를 각각 학교폭력 가해자로 지목한 글이 잇달아 올라오면서 네티즌의 공분을 샀다.

이들 중 다예를 제외한 나머지 세 명은 제대로 철퇴를 맞았다. 폭력 행사 여부는 판명되지 않았지만 미성년자로서 부적절한 생활을 했던 것이 드러난 윤서빈은 소속사와 계약이 해지됐고 프로그램에서도 하차했다. 유영현은 밴드를 탈퇴하는 동시에 활동을 중단했다. 효린은 피해를 주장한 이와 합의를 봤다고 하나 과거의 행적을 조용히 무마하려는 모양새라서 네티즌들로부터 싸늘한 시선을 받고 있다. 철없을 때 저지른 행동에 발목이 잡힌 셈이다.

몇 년 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2017년 엠넷 ‘고등래퍼’에 출연한 양홍원은 또래 아이들에게 폭력을 일삼은 사실을 시인하면서도 출연을 이어나갔다. 이때까지만 해도 버티면서 넘어가는 게 가능했다. 양홍원은 고등래퍼에서 우승을 거머쥔 뒤 활발히 활동했지만 이번에는 사회적 요구를 피하지 못했다. 제주대가 축제에 양홍원을 섭외했다가 출연 취소를 통보한 것이다. 제주대 총학생회는 여론이 매서워졌음을 의식하고 그의 섭외를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학교폭력은 심각한 사회문제 중 하나다. 올해 초 교육부가 발표한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고등학생보다 초등학생 피해자가 더 많았다. 이는 어린 나이부터 폭력에 시달리는 학생이 상당함을 의미한다. SNS나 메신저를 이용한 사이버 폭력도 증가하는 추세다. 지속적인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대중음악의 주요 소비층인 10대 가운데 학교 폭력을 경험하거나 목격한 이가 많다 보니 가수들의 좋지 못한 행적이 드러나면 이를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분노하게 되는 것이다.

연예계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가수들도 어떤 잘못을 저지른 것이 밝혀졌을 때 자숙을 핑계로 한동안 모습을 감췄다가 얼마 뒤 활동을 이어가곤 한다. 그런데 이런 관행 역시 맹렬한 질타가 이어지게 만든 요인이었을 게다. 학교폭력 피해자 대부분은 세월이 지나도 고통을 잊지 못한다. 그런데 가해자들은 은둔의 시간을 보내고 나면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대중 앞에 당당하게 나선다. 피해자들은 극심한 패배감, 억울함을 느끼기 마련이다.

올해 승리 정준영 등이 성관계 영상을 불법으로 촬영하고 유포해 왔음이 드러나면서 연예인들의 인성을 중시하는 목소리가 한층 커졌다. 악행을 저지른 이가 인기를 누리고 큰돈을 버는 것을 심각한 부조리로 여기는 인식도 강해졌다. 가수들에게 도덕성과 바른 행실을 요구하는 분위기는 앞으로 더 거세질 것이다.

한동윤<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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