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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뉴브강 대형사고 예고됐었다… 한밤 대형·소형 선박 뒤엉켜 운항

헝가리 기상정보 업체가 공개한 유람선 사고 직전 CCTV 영상. 한국인 관광객들이 탑승한 유람선 ‘허블레아니’(작은 원)가 29일(현지시간) 밤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의 머르기트 다리 쪽으로 향할 때 크루즈선 ‘바이킹 시긴’(큰 원)이 뒤따르고 있다. 이후 다리 바로 밑에서 크루즈선이 갑자기 방향을 틀면서 유람선을 들이받았다. 유튜브 캡처


헝가리 현지에서는 이번 유람선 침몰 사고가 인재(人災)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다뉴브강 유람선 관광업계에 안전불감증이 만연해 있었던 탓에 대형 사고가 벌어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업체들이 관광객 유치를 위해 대형 선박을 야간 운항에 투입하면서 사고 위험이 높아졌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이번 사고는 대형 크루즈선 바이킹 시긴호가 앞서가던 소형 유람선 허블레아니호를 발견하지 못하고 들이받으면서 벌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부다페스트가 세계적인 관광지로 각광을 받은 건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역사가 깊은 유럽 도시이면서도 물가가 다른 서유럽 국가보다 저렴해 세계에서 관광객이 몰려들었다. 특히 부다페스트에는 건축물마다 아름다운 조명이 설치돼 있어 프랑스 파리, 체코 프라하와 함께 ‘유럽 3대 야경’으로 꼽힌다. 선상에서 도시의 야경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야간 유람선 관람은 필수 코스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야간 유람선 사업에 많은 업체들이 우후죽순 뛰어들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나룻배만한 소형 선박부터 길이가 100m가 넘는 호화 크루즈선까지 다뉴브강에 몰려들면서 사고 위험이 높아졌다. 한밤중에 대형 선박이 소형 선박을 포착하는 건 쉽지 않다. 또 소형 선박은 대형 선박보다 속력이 느린 탓에 사고 방지를 위한 회피 기동에 실패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소형 선박이 후방에서 위협적으로 접근하는 대형 선박을 미리 포착하더라도 피하지 못하고 들이받힐 수 있다는 뜻이다.

크루즈선 선장으로 재직 중인 쿠르벨리 안드라스는 30일 헝가리 인터넷매체 인덱스와의 인터뷰에서 “야간 유람선 사업은 원래 내가 일하던 회사에서 가장 먼저 시작했지만 규모가 큰 기업들이 사업에 잇달아 뛰어들면서 야간에 다뉴브강을 지나는 대형 선박이 늘어났다”며 “이런 위험한 행태가 관행으로 자리잡으면서 업계 종사자들 사이에서는 언젠가 큰 사고가 날 것이라는 얘기가 많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1년6개월 전 크루즈선과 유람선이 충돌하는 유사 사고가 인근에서 발생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승무원들의 실수가 사고로 이어졌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호르바트 임레 헝가리 해운조합 사무총장은 MTI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배들은 위성항법장치(GPS)를 장착하고 있어 자기 자신과 다른 배의 위치를 4m 오차로 파악할 수 있다”며 “사고 당시 날씨도 나쁘지 않은 편이어서 상대 선박을 충분히 발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바이킹 시긴호와 같은 배는 시속 12~15㎞를 낼 수 있고 무게는 1000t에 다다른다”며 “허블레아니호가 빠르게 침몰한 점을 미뤄 바이킹 시긴호가 과속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호르바트 총장은 “이번 사고는 헝가리에서 발생한 수난 사고로는 75년 만에 최악”이라고도 평가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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