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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크루즈에 받혀 7초 만에 침몰… 구명조끼 착용 안해

한국인 관광객들을 태우고 29일 밤(현지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을 지나던 유람선 ‘허블레아니’를 들이받은 크루즈선 바이킹 시긴이 30일 사고 지점에서 멀지 않은 부두에 정박해 있다. 뱃머리 아래쪽에 충돌로 인한 파손 흔적(빨간 원)이 보인다. AP뉴시스




유럽 3대 야경 중 하나로 꼽히는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야경을 유람선(허블레아니호) 위에서 즐기는 관광 일정이었다. 현지시간 29일 오후 8시쯤 다뉴브강에서 운항을 시작한 유람선에는 모두 33명의 한국인이 타고 있었다. 6살짜리 손녀의 손을 잡고 배에 오른 할머니도 있었다. 가족과 친구들로 이뤄진 9개 팀이 배에 올랐다. 여행사가 10년 넘게 운영하고 있는 유명 관광 상품이었다.

1시간가량의 관광을 마치고 다시 정박하기까지 채 몇 분 남지 않은 상황. 유람선은 정박하려고 속도를 줄이기 시작했다. 일부 승객은 선실 내에, 다른 일부는 갑판에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갑자기 135m 길이의 크루즈선(바이킹 시긴호)이 빠른 속도로 다가왔다. 두 배는 머르기트 다리 근처에서 근접했고, 충돌한 지 7초 만에 유람선이 가라앉았다.

아직 사고 원인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사고 당시 CCTV 영상을 보면 유람선은 크루즈와 충돌한 뒤 밀려가다가 뒤집힌 것으로 보인다. 유람선은 길이가 27m에 불과하다. 두 배의 길이만 따져도 5배 차이가 났던 데다 속도 차이까지 감안하면 충격의 정도는 훨씬 컸을 것으로 추정된다.

현지 경찰은 ‘알 수 없는 이유’로 유람선이 방향을 틀었고, 이 과정에서 크루즈가 유람선을 추돌한 것으로 보고 있다. CCTV 화면에는 크루즈가 직진하다 갑자기 지그재그로 방향을 트는 장면이 포착됐다. 방향을 전환하다가 사고가 난 것인지, 사고 이후 방향이 틀어진 것인지는 명확하게 파악되지 않았다.

승객들은 충돌 당시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 당국자는 “현지 공관에서는 구명조끼를 입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했다”며 “선내에 구명조끼가 비치돼 있었지만 여러 이유로 착용하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구명조끼를 입을 시간이 없었을 가능성도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순식간에 상황이 발생하면서 승객들이 물에 빠졌다”고 했다. 배가 워낙 갑작스럽게 뒤집히면서 여러 승객이 미처 탈출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구조된 승객의 한 가족은 “갑판에 있던 사람들이 한꺼번에 물에 빠졌고, 선실에 있던 이들은 아마 배에서 빠져나오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람선을 들이받은 크루즈는 앞부분에 긁힌 흔적만 생겼다. 이 배는 충돌 후 구호 조치 없이 계속 운항한 것으로 알려졌다.

직접적인 사고의 원인은 추돌이지만, 기상 악화도 사고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최근 한 달 동안 사고 지역에는 비가 자주 내렸다. 특히 지난 15일부터 21일까지 기록적인 호우가 내리면서 강의 수위가 급격히 상승했고, 27일부터 다시 나흘째 비가 이어지던 상황이었다. 여기에 강한 바람이 더해지면서 유속이 더욱 빨라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사고 발생 지점에서 3㎞ 정도 떨어진 지역까지 떠밀려간 사람이 있을 정도였다. 강물이 불어나면서 곳곳에서 소용돌이도 목격됐다고 한다.

김판 조성은 이동환 기자 p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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