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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밀 유출 사과 대신 더 강경해진 한국당… 더 꼬여가는 정국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이 29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을 마치자 황교안(오른쪽) 대표와 나경원(오른쪽 두 번째) 원내대표가 박수를 치고 있다. 강 의원은 한·미 정상 통화 내용 폭로의 공익적 가치를 주장하며 “공포정치에 굴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뉴시스


자유한국당은 29일 문재인 대통령이 ‘정상 간 통화 내용을 정쟁의 소재로 삼고, 그것을 국민의 알 권리라거나 공익제보라는 식으로 두둔하고 비호한다’며 자당을 비판한 것과 관련해 “대통령과 여당이 야당을 궤멸시키는 데만 혈안이 됐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한국당이 강효상 의원의 한·미 정상 통화 내용 유출에 대한 사과 대신 대여 공세 수위를 더욱 높이면서 국회 정상화는 더 요원해졌다는 전망이 많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오후 의원총회에서 문 대통령 발언을 언급하며 “청와대와 여당은 한국당을 국정 운영의 동반자나 파트너가 아니라 궤멸해야 할 집단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다”며 “국회 파행에 있어 청와대와 대통령의 책임이 크다”고 말했다. 나 원내대표는 오전에 강원도 산불피해 후속 조치 대책회의를 열었지만 행정안전부나 한국전력 등 관계 기관 관계자들이 전부 불참하자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이 모두 불출석하라고 한 것”이라며 발끈했다.

한국당은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더불어민주당 소속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의 지난 21일 만찬 회동을 국정원의 내년 4월 총선 개입 시도로 규정하고 ‘문 대통령 배후설’까지 제기하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황교안 대표는 “양 원장은 대통령의 복심”이라며 “(회동이) 문 대통령의 의중에 따른 것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통령도 알고 있었는지, 국정원의 선거 개입을 묵과할 것인지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당은 서 원장의 사퇴도 촉구했다.

그러나 당 일각에서는 강 의원 사건과 국회 파행을 두고 ‘출구전략’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인 윤상현 의원은 페이스북에 “장외투쟁이 큰 성과를 얻은 만큼 이제 국회로 들어갈 시간이다. 대한민국을 위해 등원하는 것보다 더 큰 명분은 없다”며 국회 복귀를 공개적으로 촉구했다. 이런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한국당 지도부는 “여당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철회와 사과가 없다면 국회 복귀는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한 중진 의원은 “국회 공전으로 민생 법안이 처리되지 않으면 결국 정부·여당 손해인데 현 여권이 아직 그런 책임의식을 못 느끼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강 의원의 기밀 유출 논란에 대해서도 한국당은 “박근혜정부의 청와대 캐비닛 문건을 심심할 때마다 공개했던 현 정부가 기밀 누설을 운운할 자격이 있느냐”며 역공을 폈다. 외교부가 전날 강 의원을 형사고발한 것에 대해서도 “자신들의 외교 무능과 실책을 덮기 위한 꼼수”라고 비난했다. 민주당은 이날 강 의원이 3급 국가기밀을 누설했다는 이유로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소했다.

한편 한국당은 황 대표를 포함해 자체 방미단을 구성해 미국 조야 인사들을 면담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일정 조율이 원활하게 되지 않아 방미 계획을 잠정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 관계자는 “강 의원 사건으로 주미 한국대사관의 협조를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미국 정부나 백악관 인사 면담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종선 심우삼 김성훈 기자 rememb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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