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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대폭 늘린 식당 사장님들… 증가폭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도소매 및 숙박음식점업 관련 자영업자·법인들의 금융권 대출금이 205조원을 넘어섰다. 이들 업종의 올해 1분기 대출금 상승률(전년 동기 대비)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1분기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공급자와 소비자가 대개 서민층인 이들 업종이 많은 빚을 지는 현상은 결국 민생경제의 괴로움을 보여준다. 취약차주들의 신용 위험 등 거시경제적 불안 요인도 거론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29일 예금취급기관의 산업별 대출금 자료를 내고 1분기 말 현재 도소매 및 숙박음식점업의 대출금 잔액이 205조8000억원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4분기에 200조원을 돌파한 도소매 및 숙박음식점업의 대출금은 1분기에 5조6000억원이 더 늘었다. 전년 동기 대비 11.4% 증가한 것인데, 2009년 1분기(11.8%)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경기가 활성화할 때에도 대출금이 커지는 경향이 있지만, 최근 경제 현장 흐름은 반대의 경우다. 음식점 등 자영업 시장에는 재취업에 실패한 퇴직 베이비부머 세대가 대거 유입됐다. 이들은 상당한 초기 투자비용을 대부분 금융권 대출에 의존해 왔다.

하지만 정작 창업 이후의 자영업 생존주기는 짧아지고 있다. 중소기업연구원에 따르면 2017년 개업한 개인사업자 대비 폐업한 개인사업자의 비중은 단순 계산으로 87.9%에 달했다. 이 가운데 음식업의 폐업률은 92%로 집계된다.

현장에서는 최저임금의 빠른 인상을 탓하는 목소리가 크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최저임금 산정 시간에 주휴시간을 포함토록 한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 헌법소원을 냈다. 이들은 “정부가 최저임금을 2년 사이에 29% 인상해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고 주장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연관성이 없다는 건 아니지만, 자영업자들의 대출 증가가 반드시 최저임금 때문만은 아니다”며 “산업경기가 어렵고 과당경쟁이 지속됐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간 자영업자들에게 돈을 빌려준 금융권은 여신 건전성에 주목한다. 주 실장은 “산업경기가 여전히 불확실한 상황에서 대출을 늘리면, 추후 디폴트(채무상환 불능) 우려가 있다는 점도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한은이 공개한 자료에는 취약차주들이 제1 금융권에서 제2 금융권으로 밀려나는 ‘풍선효과’가 엿보였다. 도소매 및 숙박음식업자들의 대출금 205조8000억원 중 25%인 51조4000억원은 비은행기관에서 빌린 것이었다. 이들 업종의 은행기관 대출금은 전년 동기보다 7.2% 늘었지만, 비은행기관에서의 상승률은 26.1%였다.

자영업자들에게는 더욱 힘겨운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금융 당국은 다음 달부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관리지표를 제2 금융권에 확대 적용한다. 카드사 등 여신금융업계는 차주들의 대부업 신용정보를 참고하기 시작했다. 빚을 더 내서라도 사업을 지속하려는 자영업자들은 설 곳이 좁아지는 셈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폭탄 돌리기’를 하는 때가 올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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