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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S정부 권영해, 북풍·총풍 등 연루 옥고… DJ 때 이종찬·MB 때 원세훈 줄줄이 흑역사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이라 불리는 최측근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최근 서훈 국정원장과 비밀 회동을 가진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양정철 (오른쪽) 원장과 서훈 국정원장이 지난 21일 서울 강남구의 한 한정식 식당에서 회동을 마치고 나와 이동하고 있다. 더팩트 제공


취임 2년 된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양정철 민주연구원장과의 비공개 만찬 장면이 포착되면서 정치 관여 논란에 휩싸였다. 회동 참석자들은 “정치와 관련 없는 사적 자리였다”고 말하지만, 국정원장과 여당 총선 전략 책임자가 장시간 대면한 사실 자체가 야당에 공세 빌미를 제공한 상황이다.

국정원법 제9조 ‘정치 관여 금지’는 문민정부 출범 이후 정보기관 수장들의 수난사에 어김없이 등장했던 조항이다. 역대 대부분의 국정원장들은 이 문제로 구설에 오르거나 정치적 공방의 중심에 섰고, 사법처리되기도 했다.

김영삼정부 시절 국정원 전신인 국가안전기획부 권영해 부장은 15대 대선에서 야당 김대중 후보를 낙선시키려 기획한 이른바 북풍(北風) 공작을 비롯해 총풍(銃風), 세풍(稅風) 등 정치공작 사건에 연루돼 총 7년10개월을 선고받았다. 정치관여죄로 처벌된 첫 정보 수장이었다.

김대중정부 초대 국정원장을 지낸 이종찬 전 원장은 언론 장악 시나리오가 담긴 ‘언론대책 문건’ 유출 파문으로, 후임 천용택 전 원장은 불법 도청 테이프 및 녹취록 보관·활용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았다.

노무현정부 들어서는 임동원·신건 전 원장이 불법 감청을 지시·묵인한 혐의로 구속 기소돼 징역형이 내려졌다. 당시 검찰은 두 전직 원장 시절 국정원이 대통령 친인척과 고위 공직자, 정치인, 언론인 등 1800여명을 불법 감청했으며, 국내 정치에도 적극적으로 관여했다는 수사 결과를 내놨다. 이후에도 국정원이 지방선거·총선에 개입한 정황이 있다는 정치권 논쟁은 종종 있어왔다.

국정원장의 정치 관여 문제가 법적으로 다시 부각된 것은 이명박정부 원세훈 전 원장 범죄에 대한 수사 때였다. 원 전 원장은 국정원 조직을 동원해 국내 정치·선거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돼 2017년 8월 징역 4년이 확정됐으며, 이후에도 인터넷 정치공작 등 각종 불법행위가 고구마줄기처럼 나오면서 여전히 구치소와 법정을 오가고 있다.

박근혜정부 때의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원장은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청와대에 상납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지난해 12월 항소심 선고까지 실형이 나온 상태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행위는 정보기관의 도덕적 해이이자 정보기관과 정치권력의 유착”이라며 “정보기관의 정치 관여라는 불행한 경험이 다시 되풀이돼선 결단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서 원장은 이런 선대 국정원장들의 흑역사와 절연을 선언하며 취임했다. 실제로 국정원의 정치 개입을 차단하기 위해 국내 정보관련 파트 폐지 등 조치도 시행했으나, 양 원장과의 회동이 알려지면서 그 역시 야당의 공세에 직면하게 됐다. 국정원법 9조 4항은 ‘특정 정당이나 특정인의 선거운동을 하거나 선거 관련 대책회의에 관여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으며, 자유한국당은 서 원장이 이를 어겼다고 주장한다. 서 원장으로서는 국정원 대외소통 창구 역할을 자임하다가 오히려 도마에 오르게 된 셈이다.

지호일 심우삼 기자 blue5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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