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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훈·양정철 비공개 만찬… ‘정치적 중립’ 논란

더불어민주당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2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최종학 선임기자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지난주 비공개 만찬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양 원장은 “사적인 만남”이라고 해명했지만, 대통령 직속 국가 최고정보기관 수장과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총선 전략을 짜는 여당 싱크탱크 원장의 회동 자체만으로도 ‘정치적 중립’을 어긴 것 아니냐는 논란을 피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야당에서 국회 정보위원회 소집을 요구하는 등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인터넷 매체 ‘더팩트’는 지난 21일 서 원장과 양 원장이 서울 강남의 한정식집에서 독대했다고 27일 보도했다. 두 사람은 오후 6시20분쯤부터 10시45분까지 약 4시간 동안 한정식집에서 만난 뒤 맨 나중에 단 둘이 식당을 나왔다고 했다. 다른 일행이 먼저 자리를 뜬 뒤 두 사람만 남아 1시간 이상 독대를 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양 원장은 입장문을 내고 “독대가 아니라 오래전부터 알던 지인들이 함께한 만찬이었다”며 “서 원장에게 모처럼 문자로 귀국인사를 했고, 서 원장이 원래 잡혀 있었고 저도 잘 아는 일행과의 모임에 같이하자고 해 잡힌 약속”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오후에 2차로 입장문을 내고 “(참석자들은) 정치 얘기, 선거 얘기를 했다가는 피차가 민망해지는 멤버들이었다”고 덧붙였다. 서 원장은 회동 성격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해당 만찬은 1인당 8만8000원 단일 코스인 것으로 알려졌다. 식당 관계자는 국민일보 기자와 만나 “양 원장은 기자 시절부터 알고 있어서 방에 들어가 인사했다. (동석자가) 국정원장인 줄은 몰랐다”며 “계산은 각자 했다”고 말했다. 양 원장이 귀가할 때 모범택시비 5만원은 식당 측에서 계산했다.

양 원장과 서 원장은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 함께 일한 적이 있다. 하지만 둘은 일반인이 아니라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 원장이라는 당직, 정보기관 수장이라는 공직에 있는 만큼 처신을 신중히 했어야 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양 원장이 ‘총선 병참기지’로 만들겠다고 한 민주연구원장에 임명되자마자 서 원장을 만난 건 오해를 살 만한 행동이라는 지적이다. 양 원장은 지난 18일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 문화제에서도 “총선에 불쏘시개가 되려고 왔다”고 말했다.

그동안 현 정부는 국정원의 철저한 정치적 중립을 강조해 왔다. 여당 내부적으로도 “아무리 사적으로 친해도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비판이 나왔다. 양 원장은 지난 16일 문희상 국회의장과도 이례적인 단독 회동을 하면서 정치권에서 뒷말을 낳았다.

임성수 김용현 기자 joyl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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