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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스쿨미투’에도 “우린 인권 친화적 학교” 자화자찬



“인권 친화적이고 평화로운 학교 분위기 조성.” “민주적이고 행복한 학교 문화 확대.” “학교장 섬김의 리더십을 통한 민주적인 의사소통 방식.”

지난해 스쿨미투(School Me Too·학내 성폭력 고발) 폭로가 제기됐던 주요 학교들이 최근 초중등 교육정보 포털사이트 ‘학교알리미’에 올린 학교평가 결과보고서다. 교사가 제자들에게 “뒤태가 참 예쁘다” “엉덩이가 예쁘다”는 식의 성희롱 발언을 해 문제가 됐지만 자체 평가에선 자화자찬 일색이었다. 피해자와 시민단체들은 “대책 마련을 요구했는데 반성조차 하지 않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국민일보가 지난해 미투 논란이 제기된 학교 84곳의 평가 결과보고서를 전수분석한 결과 해당 사안에 대한 반성이나 자정 문제를 언급한 학교는 한 곳도 없는 것으로 27일 나타났다. 오히려 인권친화적인 문화를 조성했다는 평가를 내놓은 곳이 많았다.

지난해 최초로 스쿨미투가 고발됐던 서울 노원구 용화여고는 평가보고서에 “민주적이고 행복한 학교 문화 확대” “학생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소통문화 조성” 등의 문구를 내걸었다. 서울 광진구 소재 A중학교 교직원들은 ‘양성평등, 학생인권 존중 등 문화를 조성하고 있다’ 항목에 4.4점(5점 만점)을 줬다. 이 학교에서는 교사가 “여자는 아프로디테처럼 이쁘고 쭉쭉빵빵해야 한다” “내 무릎에 앉으면 수평 만점을 주겠다” 등 발언을 해 재판에 넘겨졌다.

인천 지역에선 10개 학교에서 스쿨미투가 있었지만, 거의 모든 학교가 ‘학교폭력·성폭력·아동학대 예방’ ‘인권 친화적 학교 문화 조성’ 항목에서 ‘매우우수’ 또는 ‘우수’ 평가를 내렸다. 1개 학교는 미흡한 점을 언급하며 “여학생들 사이에서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 사이버 학교폭력을 예방하기 위한 교육활동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썼다.

스쿨미투 고발자에게 SNS에 올린 내용을 지우라고 압박하며 2차 가해를 한 경기도 고양의 B고등학교는 “학생은 교사를 신뢰하고 교사는 학생을 존중하는 평화로운 학습공동체 형성이 잘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교사가 미투 제보를 “자존감 낮은 애들이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마음이다”라고 깎아내리고, 교육 중 성감대를 언급하며 “너네도 남자들이 만지면 좋아할 거다. 안 좋아하면 정상이 아니다”라고 했던 부산 해운대구의 C여고는 “우수한 교육활동의 결과는 학교 구성원의 일치단결된 결과”라는 자체평가를 내렸다.

극소수 학교만 우회적으로 관련 문제에 대한 개선점을 언급했다. 서울 송파구 D여중은 “인권을 존중하고 보호받는 학교분위기를 통해 안전하고 평화로운 학교 환경과 문화 조성에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고, 서울 서대문구 E여고는 “인권 친화적인 문화 형성이 필요하다”고 썼다.

양지혜 청소년페미니즘모임 운영위원은 “스쿨미투 학교에서 고발을 묵인하려는 시도들이 이어진다고 느낀다”며 “스쿨미투를 반영하지 않은 자의적 판단은 교사 등을 중심으로 한 권력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정덕 정치하는엄마들 공동대표는 “학교에 스쿨미투 해결 의지도 자정능력도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어이없는 평가”라며 “학생 인권이 침해됐다는 것이 명확하게 드러났는데도 이런 평가가 나왔다면 관할 교육청이 따져 물어야 하지만 교육청들은 스쿨미투 감사결과도 비공개로 일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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