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시사  >  종합

한·미 정상 통화 유출 놓고… 청 “3급 기밀 누설”- 한국 “공익 제보”

최근 한미 정상회담 조율 과정과 통화 내용을 자세히 공개해 논란을 일으켰던 자유한국당 강효상 의원이 23일 오전 여의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청와대 특감반 진상조사단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는 지난 22일 한미 정상 통화 내용을 강 의원에게 유출한 외교관을 적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 문제와 관련한 한·미 정상 간 통화 내용을 공개한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과 강 의원에게 이를 발설한 외교관의 행위를 두고 청와대와 한국당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한국당은 강 의원이 공개한 내용이 국민적 관심사인 만큼 강 의원의 행위가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하기 위한 의정활동이라고 주장한 반면, 청와대와 정부는 “정상 간 통화 내용은 3급 국가기밀”이라며 기밀 누설에 해당한다고 반박했다.

한국당은 23일 국회에서 열린 당 회의에서 청와대와 외교부가 강 의원에게 한·미 정상 간 통화 내용을 발설한 주미 한국대사관 소속 참사관 K씨에 대한 감찰을 벌인 것과 관련해 “구걸 외교의 민낯이 들키자 공무원에게 책임을 전가한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한·미 정상 간에 어떠한 내용이 오갔느냐는 건 국민의 알권리에 해당한다. 우리가 밝혀낸 내용을 보면 이 정부의 굴욕 외교의 실체를 보여준 공익적 성격이 강하지 않느냐”며 강 의원을 엄호했다.

강 의원은 지난 9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미국 외교 소식통을 통해 파악했다”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5월 하순 방일 직후 한국을 들러 달라고 제안했으며, 우리 정부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단독 방한을 거절했다고 폭로했다. 강 의원은 23일 자신의 행위에 대해 “모든 정보를 숨기고 있는 정부를 견제하기 위한 야당 의원의 의정활동”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정상 간 통화 내용은 3급 국가기밀에 해당한다”며 “대외 공개가 불가한 기밀이 누설된 것은 한반도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당이 공익적 성격을 강조한 것에 대해서도 이 관계자는 “유출한 K씨도 기밀 누설을 시인했다”면서 “부정과 비리를 외부에 알리는 공익제보와는 분명히 다르다”고 비판했다. K씨는 합동감찰반 조사에서 강 의원이 먼저 한·미 정상의 통화 내용을 알려 달라고 요청해서 내용을 알려줬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가에서도 강 의원과 K씨의 행위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다. 한 전직 고위 외교관은 “아직 성사되지 않은 양국 간 제안이 공개된 것은 외교에 마이너스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자신이 관련 정보를 강 의원에게 보고할 위치에 있지 않은 K씨가 정상 간 통화 내용을 강 의원에게 전달한 것도 부적절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김숙 전 주유엔대사도 “외교안보 사안은 국민의 알권리도 중요하지만 국익과 안보가 같이 고려돼야 하는데, 강 의원이 공개한 정보가 국민의 알권리를 우선할 정도로 시급한 사안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한국당 소속 윤상현 국회 외교통일위원장도 “민감한 시기에 국익을 해치는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강 의원을 비판했다.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은 일제히 “외교기밀 누설은 중대한 국기문란 행위”라고 비판했다. 형법 113조는 외교상 기밀을 누설한 자에 대해 최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선고할 수 있으며, 기밀을 탐지·수집한 자 역시 같이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치권과 외교가에서는 강 의원 사건을 계기로 정부의 외교적 입지가 좁아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미 양국이 공개하지 않은 정상 간 통화 내용이 우리 측에서 유출된 사실이 확인되면서 미국과 우리 측 외교안보라인의 정보 교류가 위축될 수 있다는 취지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