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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화웨이 봉쇄’ 파장 본격화… 시진핑 방한 결국 무산

희토류 기업 시찰하는 시진핑 주석. [신화=연합뉴스]


미국이 ‘반(反)화웨이’ 전선에 동맹인 한국 정부의 동참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부가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했다. 주한미군 사드(THAAD) 배치 때와 직접 비교는 어렵지만 한국이 또다시 미·중 사이에 끼여 경제적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북·미 협상 교착이 장기화되고 미·중 무역 갈등까지 격화되면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6월 한국 방문은 결국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23일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 측은 5G 장비 보안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고 우리도 이런 입장을 잘 알고 있다”며 “한·미 양국은 이 이슈에 대해 지속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여러 채널을 통해 우리 정부에 화웨이 장비의 보안상 문제를 지적해 왔다는 얘기다. 앞서 미 상무부는 지난 16일(현지시간) 화웨이와 68개 계열사를 거래 제한 기업으로 지정했다. 이후 미 정부는 동맹국들도 거래 제한에 동참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은 동맹국 간 정보 교류가 화웨이가 심어 놓은 스파이웨어나 백도어 등을 통해 유출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며 “미국의 동참 요구는 한국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어느 동맹국에나 똑같이 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드 배치가 국가안보와 직결된 주권적 결정이었다면 이번 건은 본질적으로 기업이 주체인 미·중 간 경제 문제라는 점에서 다르다. 미국이 차세대 이동통신 기술인 5G를 선도하고 있는 화웨이를 견제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다만 우리 정부가 미·중 사이에서 절묘한 줄타기 외교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점에선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이 미국 입장을 받아들여 거래 제한 움직임을 보인다면 중국이 반발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우리한테 한쪽은 죽고 사는 관계, 한쪽은 먹고사는 관계로 연결돼 있는데 양쪽이 싸우면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사드 보복 때는 경제적 피해가 직접적으로 나타났다면 이번엔 간접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한국은 미·중의 충돌하는 요구사항 중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고 당분간 그런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다음 달 말에는 한·미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다.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계기에 방한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를 본격 거론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북·미 비핵화 협상을 촉진하려는 정부로선 민간 영역의 문제라며 미국 측 요구를 마냥 외면할 수는 없어 보인다.

반면 중국과의 정상회담은 아직 윤곽이 잡히지 않고 있다. 김흥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 교수는 “북·미 협상이 잘 됐다면 시 주석이 북한을 방문하고 G20 정상회의에 참석하면서 자연스럽게 한국을 방문하는 구조였는데, 북·미 회담이 깨지고 북한이 도발하면서 평양 방문이 부담스러운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그런 상황을 무릅쓰고라도 시 주석이 방한해 한·중이 의미 있게 교환할 이슈나 선물이 현재 없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방한 전 북한을 먼저 들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오는 10월 북·중 수교 70주년 기념일을 계기로 방한 일정이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음 달 G20 정상회의 때 한·중 정상이 만날 가능성은 열려 있다.

권지혜 박재현 기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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