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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연 리스트 규명 불가”… 핵심의혹 재수사 못 한다

20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대회의실에서 문준영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과거사위) 위원이 '장자연 사건' 관련 최종 심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특수강간 수사권고 여부 두고 조사단 내부 갈등 
'조선일보 방사장'·'방사장 아들'도 특정 못해
조선일보 "수사외압 발표는 허위... 법적조치 등 강구"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장자연 리스트 사건’ 의혹의 진상을 규명하는 데 사실상 실패했다. 장씨가 숨지기 전 술접대 강요 등에 힘들어했던 사실이 확인되고 조선일보 사주 일가 관련 수사 미진과 조선일보 측 수사 외압까지 드러났지만, 증거 부족과 공소시효 문제 등으로 핵심 의혹에 대한 수사권고는 이뤄지지 않았다. 과거사위는 당시 장씨의 소속사 대표의 위증 혐의 한 건에 대해서만 수사 개시를 권고했다.

과거사위는 20일 대검찰청 과거사 진상조사단(조사단)으로부터 보고받은 장자연 리스트 사건 조사 내용을 심의한 뒤 최종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4월 이 사건이 사전조사 대상 사건으로 선정된 지 약 13개월 만이다.

과거사위는 우선 장씨가 친필로 자신의 피해 사례를 적은 문건에 대해 대체로 사실에 부합하고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장씨 소속사 대표 김종승씨가 기획사 대표라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장씨에게 강압적 술접대 요구, 폭력적 행위를 했고 그것이 장씨가 생명을 포기하게 한 요인이 됐다고 봤다. 과거사위는 이와 관련 당시 검찰이 김씨의 술접대 강요 등에 관한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과거사위는 특히 장씨가 작성한 문건에 등장하는 ‘조선일보 방 사장’ 관련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미흡했다는 점을 여러 측면에서 지적했다. 문건에 나오는 ‘방 사장’이 누구인지, 장씨가 호소한 피해 사실이 있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수사를 전혀 진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검찰이 ‘조선일보 방 사장’을 계열사 당시 사장 하모씨일 수 있다는 오해를 만들어 사주 일가에 대해 추가 수사가 이뤄지지 않도록 은폐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강조했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조선일보 측이 수사 무마를 위해 ‘외압’을 행사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당시 경기지방경찰청장이던 조현오 전 경찰청장에게 “이명박정부가 우리 조선일보하고 한번 붙자는 겁니까”라며 협박했다는 점이 사실로 인정된다고 밝혔다.
 
20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대회의실에서 문준영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과거사위) 위원이 '장자연 사건' 관련 최종 심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과거사위는 그러나 성접대를 받은 유력인사들의 ‘명단’이 적혀 있다는 이른바 ‘장자연 리스트’는 “진상규명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같은 소속사였던 배우 윤지오씨 외에 다른 사람들은 이름만 적힌 리스트가 없다고 진술하고 있고, 무엇보다 리스트의 ‘실물’ 자체를 확인할 수 없다는 점이 이유다.

과거사위는 이 사건 재조사의 핵심 쟁점인 장씨의 성폭행 피해 의혹에 대한 재수사도 권고하지 않았다. 이 부분은 공소시효 등을 고려할 때 사건 관련 의혹 중 유일하게 처벌 가능성이 남은 부분이었다. 하지만 과거사위는 장씨에 대한 특수강간 또는 강간치상 혐의를 인정하고 수사에 즉각 착수할 정도로 충분한 사실과 증거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윤씨 등의 진술만으로는 성범죄 가해자나 범행 일시, 장소, 방법 등을 알 수 없다고 본 것이다.

과거사위는 장씨 소속사 대표 김씨가 과거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명예훼손 사건 재판에서 거짓 증언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만 “기록 및 진술 등으로 충분히 사실이 인정된다”며 수사를 권고했다.

이에 대해 조선일보는 입장문을 내고 조선일보가 경찰 수사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과거사위) 진상조사 결과에 "일부 인사의 일방적 주장에 근거한 것으로 전혀 사실이 아니다. 이동한 당시 조선일보 사회부장이 조현오 경기지방경찰청장을 경찰청장을 찾아가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을 조사하지 말라고 압력을 행사했다는 발표는 허위이다. 이 부장은 '장자연 사건' 수사를 전후해 조 전 청장을 단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조선일보와 이동한 현 조선뉴스프레스 대표는 허위 사실을 유포한 조 전 청장을 허위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형사 고소했고, 민사 소송도 제기해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조선일보는 강 전 청장이 이 부장으로부터 수사 외압을 받았다는 내용도 부정했다. "이 부장이 '장자연 사건' 수사 당시 강 전 청장과 면담했지만, 수사 결과를 신속히 발표해주길 바란다는 입장을 전달했을 뿐"이라며 "이는 방 사장에 대한 근거 없는 허위 사실이 일부 언론과 인터넷을 통해 확산되면서 방 사장과 조선일보에 대한 심각한 명예훼손이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조선일보는 주장했다.

이어 "일부 인사의 일방적 주장과 억측에 근거해 마치 조선일보가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것처럼 단정적으로 발표해 유감을 표명한다"며 "사실을 바로잡고 조선일보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법적 대응을 포함한 모든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1년이 넘는 조사 끝에 나온 진상조사 결과에 법조계 관계자는 “추가 조사까지 진행하면서 확인된 내용을 장황하게 공개했지만 명확히 결론 내린 것은 없다”면서 “밝혀진 진실이 무엇인가 싶다”고 꼬집었다.

안대용 기자 dand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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