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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구글·인텔·퀄컴의 포화 “화웨이에 부품 공급 안한다”

독일 하노버에서 지난달 열린 산업박람회 전시장에 마련된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부스의 모습.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지난 16일 화웨이와 68개 계열사를 거래제한 기업으로 지정했다. 구글과 인텔, 퀄컴 등 미국 주요 IT기업들은 화웨이와 거래를 끊는 조치를 잇달아 취하고 있다. 신화뉴시스


미국의 거대 IT기업인 구글과 인텔, 퀄컴, 브로드컴 등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방침에 따라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와의 거래를 중단하고 나섰다. 미국은 정부와 기업이 한몸으로 대중 전선을 구축하는 모양새다. 중국은 미군과 치열하게 싸웠던 한국전쟁을 집중 부각시키며 반미 감정과 애국심 조성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19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인텔과 퀄컴, 자일링스, 브로드컴 등 반도체 기업들이 화웨이에 제품을 공급하지 않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미 상무부는 지난 16일 화웨이와 68개 계열사를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인텔은 화웨이에 서버 칩을, 퀄컴은 스마트폰 모뎀과 프로세서를, 자일링스는 통신망용 프로그래밍 가능 칩을, 브로드컴은 통신망용 기계의 핵심 부품인 스위칭 칩을 각각 화웨이에 공급한다. 화웨이는 반도제 부품 공급을 미국 회사들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미국 쪽 공급이 끊기면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전 세계 5세대 이동통신(5G)망 구축 지연도 우려된다.

구글도 화웨이에 대한 일부 서비스를 중단했다. 로이터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구글이 화웨이에 오픈 소스를 제외한 소프트웨어나 하드웨어 이전, 기술 지원, 협력 등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화웨이는 구글의 스마트폰 앱을 다운로드하는 플레이스토어나 G메일, 동영상 서비스 유튜브 등을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이번 조치로 화웨이는 구글이 사실상 퇴출된 중국 시장에서는 큰 영향이 없겠지만 글로벌 시장 전략에 큰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중국은 세계를 장악하기를 원하고 있다. 중국은 거대한 경쟁자”라며 경계론을 재차 부각했다.

미국은 정보당국 수장까지 나섰다. 댄 코츠 미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지난해 10월부터 연방수사국(FBI) 등 정보 당국과 주요 IT 기업, 벤처캐피털 관계자 등이 참석하는 비공개회의를 잇따라 개최해 중국의 위험성을 경고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코츠 국장은 이 자리에서 각종 기밀자료까지 보여주며 중국의 사이버 공격과 지식재산권 도용 위험성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관영매체들을 동원해 과거 중국의 한국전쟁 당시 ‘대미 승전’을 집중 부각시키면서 반미 감정을 조장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중국은 한국전쟁을 미국에 맞서 북한을 지원한 ‘항미원조(抗美援朝) 전쟁’으로 부른다.

중국중앙(CC)TV는 한국전쟁을 다룬 영화들을 긴급 편성해 지난 16일부터 매일 방영하고 있다. 19일에는 장진호 전투에 관한 영화가 중국 전역에 송출됐다. 장진호 전투는 1950년 말 함경남도 장진호에서 미군 1000여명이 사망하고 4894명이 실종된 전투다. CCTV는 16일에는 ‘영웅아녀(英雄兒女)’, 17일에는 ‘상감령(上甘嶺)’을 방영했다. 중국은 상감령 전투를 항미원조 전쟁에서 가장 처절하게 싸워 이긴 전투라고 선전하고 있다.

중국 정부도 화웨이 편을 들었다. 루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0일 정례브리핑에서 “중국 기업이 법률을 무기로 삼아 스스로의 정당한 권리를 보호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이날 희토류와 희소금속을 연구·개발하고 판매하는 장시성의 한 업체를 방문하자 중국이 대미 희토류 수출 중단 카드를 검토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이택현 기자 schr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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