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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 명운 건다더니 ‘핵심 의혹’ 못밝힌 채 변죽만… 경찰 자살골

사진=뉴시스


버닝썬 사태에 연루된 연예인과 경찰과의 유착 의혹에 관한 경찰 수사가 사실상 빈손으로 끝났다. 경찰은 가수 승리(본명 이승현·29·사진) 등과 유착 의혹이 제기된 경찰관 윤모(49) 총경을 구속하지 않고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기로 했다. 그에게 적용한 혐의는 직권남용 하나뿐이다. 민갑룡 경찰청장이 조직의 명운을 걸고 수사에 임하겠다며 152명을 투입해 107일간 수사했지만 결과는 초라하다.

경찰 고위직 연루 의혹은 여론이 폭발적 관심을 보인 데 이어 문재인 대통령, 이낙연 국무총리 등이 엄중 수사를 언급하면서 몸집이 커졌다. 그러나 빈 수레만 요란한 수사로 마무리되면서 경찰이 스스로 불신을 자초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서울경찰청은 윤 총경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15일 밝혔다. 그는 2016년 7월 가수 승리와 유인석 전 유리홀딩스 대표가 세운 주점 ‘몽키뮤지엄’에 대한 식품위생법 위반 신고가 들어오자 서울 강남경찰서 경찰관들을 통해 단속 내용을 확인한 뒤 알려준 혐의다. 경찰은 그의 부탁을 받고 관련 내용을 확인해 준 A경감을 직권남용 공범으로, 수사 담당자였던 B경장을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송치할 예정이다.

경찰은 윤 총경이 대가성 뇌물을 받고 단속 내용을 유 전 대표 등에게 알려줬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경찰은 “2017년 10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윤 총경과 유 전 대표가 식사 6차례, 골프 4차례를 함께 했지만 대가성을 인정하기 어려워 뇌물죄를 적용하지 못했다. 접대 받은 기간에서의 청탁도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단속 사실을 알려준 시점과 접대를 받은 시점이 1년 이상 차이가 나 인과관계를 증명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경찰은 윤 총경이 단속 관련 내용을 알아봐주게 된 계기, 몽키뮤지엄 사건 이후 1년 넘게 연락을 하지 않다가 갑자기 골프를 함께 친 과정 등 석연찮은 부분도 끝내 밝혀내지 못했다. 경찰이 파악한 접대 금액 총액은 2년간 268만1407원이어서 청탁금지법 위반조차 성립하지 못했다. 1회 100만원, 연간 300만원을 초과해야 형사처벌할 수 있다. 경찰은 다만 윤 총경이 받은 접대가 과태료 처분 대상에 해당된다고 판단, 검찰에 통보키로 했다.

버닝썬 폭행 사건을 신고한 김상교씨가 제기했던 서울 역삼지구대와 강남 일대 클럽 간 유착 의혹도 사실로 확인된 건 없었다. 경찰은 “역삼지구대 경찰관 71명과 클럽 종사자들 706명 간의 통화내역을 분석했지만 유착 정황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일선 현장에서 단속 정보가 유출된 정황은 발견됐다. 강남 클럽 ‘아지트’에서 미성년자 출입 무마 명목으로 금품을 받은 경찰관 2명, 관악구 일대 유흥업소에서 술을 접대 받은 경찰관 2명이 입건됐다. 클럽 ‘무인’과 관련해 경찰이 미성년자 출입·주류 판매 등을 봐준 의혹도 내사가 진행 중이다.

경찰은 “윤 총경과 관련한 유착 혐의는 일단락됐지만 완전히 마무리된 건 아니고 계좌 등은 계속 들여다볼 예정”이라며 “유착 혐의로 입건된 경찰관 8명에 대한 수사도 계속된다”고 전했다. 경찰은 승리와 유 전 대표가 성매매 알선 과정에서 4000여만원을 여성들에게 송금했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성매매를 12차례 알선했으며 주로 2015년 말 범행했다. 유 전 대표는 성매매 대금을 보낼 때 외할머니 계좌도 이용했다.

경찰은 김상교씨 폭행 사건과 관련해서는 김씨를 폭행한 버닝썬 영업이사 장모씨와 가드(보안)팀장 장모씨를 공동상해 혐의로 입건했다. 버닝썬 단골손님으로 김씨를 폭행한 자영업자 최모씨는 폭행 혐의로 입건했다. 나머지 가드 6명은 집단폭행에 가담한 것으로 보기 어려워 혐의가 없다고 봤다. 김씨는 여성 3명을 추행하고 가드 1명을 폭행, 클럽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 의견으로 송치된다.

최예슬 박세원 기자 smar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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