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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사망선고’ 내렸다”, 뿔난 2기 신도시 주민들 집단행동



2기 신도시 주민들이 뿔났다. 수도권 3기 신도시에 집중하면 2기 신도시의 교통인프라 구축은 뒷전으로 밀린다는 불안감이 높다. 정부가 2기 신도시에 ‘사망선고’를 내렸다며 집단행동에도 나섰다. 반면 정부는 3기 신도시를 조성하면서 전체 신도시 교통망을 보강해 결과적으로 모두 ‘윈-윈’이라고 강조한다.

교통망 완성은 곧 3기 신도시 공급의 시작이다. 기존 신도시는 ‘구도시’로 전락한다. ‘2기 신도시 공동화’가 현실로 나타나기 전에 신도시 교통망을 개선해야 지적이 나온다.

2기 신도시는 모두 12곳이다. 수도권에 10곳이 몰려 있다. 서울 송파(위례)와 인천 검단, 경기 김포(한강), 화성 동탄1·2, 평택 고덕, 수원 광교, 성남 판교, 양주 옥정, 파주 운정이 그곳이다. 여기에 충남 아산신도시(천안·아산), 대전 도안신도시(유성·서구)가 붙는다. 2기 신도시는 2003년부터 개발에 들어갔지만, 현재까지도 교통 인프라가 열악하다. 서울로 출퇴근할 수 있는 대중교통 수단은 버스뿐인 곳이 대부분이다. 서울과 지하철로 연결된 판교를 제외한 상당수 신도시는 ‘베드타운’으로 전락했다.

실제로 2기 신도시 주민의 소득 대비 교통비 부담은 1기 신도시보다 높다. 국토연구원은 “수도권 1기 신도시인 성남 분당구, 경기도 군포·안양 동안구·용인 수지구 등은 소득 대비 생활교통비 비율이 낮은 반면 2기 신도시인 경기 남양주·화성·광주 등 최근 택지가 개발된 도시들은 10% 이상으로 높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2기 신도시가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근본 원인은 정부의 ‘정책 조급증’에 있다. 입지에만 집중하다 보니 교통인프라 건설 계획을 소홀하게 대했던 것이다. 정부도 2기 신도시 조성 당시 각 지방자치단체와 교통망 구축 등에서 협의를 게을리했었다고 자백한다. 국토부 핵심 관계자는 13일 “교통대책, 인프라 조성 계획, 입지 보상금 등 지역민·지자체 협의를 먼저 마쳤어야 했지만 2기 신도시는 협의가 다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입지를 먼저 발표했다. 추후 지자체와 교통인프라 구축 관련 협의를 하려고 했지만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속도가 느려졌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3기 신도시 발표는 2기 신도시 주민의 분노에 불을 지폈다. 파주 운정신도시 주민들은 지난 12일 집회를 열고 “12년 전 첨단도시를 조성하겠다는 정부의 달콤한 말만 믿고 파주로 이주했지만, 출퇴근 교통지옥 등 불편을 감내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정부는 3기 신도시를 조성하면서 2기 신도시 교통인프라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경기 고양 창릉지구에 지하철 고양선을 신설하면 인근 신도시 주민들도 서울로의 접근성이 개선된다고 본다. 국토부 관계자는 “3기 신도시를 조성하기 전에 지자체와 수차례에 걸쳐 회의를 진행하며 교통망 구축 계획을 논의했다. 2기 신도시처럼 인프라 부족으로 실패하는 일이 반복되지 않을 것이다. 기존 신도시에 필요한 교통망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부에선 교통망이 3기 신도시 입주시기에 맞춰 완성되면 2기 신도시 공동화를 부추긴다고 지적한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새로운 교통망을 확충하는 동시에 기존 신도시 교통망 개선작업도 병행해야만 서울 인구의 분산이라는 정책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전성필 기자 fe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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