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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중천 “김학의, 성관계 폭로 무마해 달라며 현금 건넸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뇌물수수·성범죄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 수사단(단장 여환섭 청주지검장)이 성범죄 피해여성의 폭로를 무마하기 위해 김 전 차관이 2008년 건설업자 윤중천(사진)에게 현금을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피해 여성들을 전혀 모른다는 김 전 차관의 주장이 거짓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8일 국민일보 취재에 따르면 윤씨는 최근 검찰 조사에서 “2008년 중반 김 전 차관이 자신이 소개해준 여성 이모씨와의 성관계 사실이 폭로되지 않도록 해달라며 200만원을 줬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2014년 “원주 별장 동영상에 나오는 여성이 나”라며 김 전 차관과 윤씨를 특수강간 등 혐의로 검찰에 고소한 인물이다. 그는 2006년 7월~2008년 2월 윤씨의 강요로 김 전 차관 등 유력자들에게 수백 차례 ‘성접대’를 했다고 주장했다.

사건은 윤씨가 이씨에게 가게 보증금 명목으로 건넨 1억원을 둘러싼 법적 분쟁에서 시작됐다. 윤씨는 2007년 1월 이씨에게 1억원을 주고 명품 판매점을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이후 사업 실패 등 재정난에 빠진 윤씨는 2008년 2월쯤 이씨에게 보증금을 돌려달라고 했다. 이에 불응하자 윤씨는 이씨를 횡령죄로 고소했다.

윤씨 주장에 따르면 당시 이씨는 김 전 차관과 성관계를 가졌다고 폭로하겠다는 식으로 맞대응했다고 한다. 윤씨는 이 과정에서 김 전 차관이 자신에게 200만원을 주면서 이씨에게 받을 돈을 포기하라고 종용했다고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윤씨는 2008년 9월쯤 이씨에 대한 고소를 취하했다. 윤씨는 김 전 차관을 보호하기 위해 1억원을 포기한 셈이다.

김 전 차관이 성관계 폭로를 무마시켰다는 진술이 나오면서 그간 “윤씨를 모른다” “성관계는 없었다”는 김 전 차관의 주장은 허위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윤씨는 검찰에 “수시로 그에게 현금을 건넸고 골프도 자주 쳤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9일 김 전 차관을 불러 윤씨의 진술을 토대로 성관계 및 금품수수 여부 등을 집중 추궁할 예정이다. 다만 김 전 차관 측은 “윤씨 진술은 사실이 아니며 금품, 향응 수수는 없었다”고 밝혔다.

법조계에서는 윤씨가 포기한 보증금 1억원에 주목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사실상 김 전 차관은 윤씨가 받을 돈을 포기하게 만들었고 대신 이씨가 이득을 봤다. 법조계 관계자는 “기교적이긴 하지만 제3자 뇌물 혐의 적용을 검토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윤씨는 보증금 포기 과정에서 김 전 차관에게 대가를 요구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윤씨 부부와 윤씨 내연녀 권모씨가 2012년 말 간통·성폭행 혐의로 맞고소한 사건에 무고 정황이 있다고 보고 검찰에 이를 수사 권고했다. 앞서 대검 과거사 진상조사단은 무고 사건을 수사할 경우 김 전 차관 사건이 시작된 이유와 과정 등이 파악될 것으로 보고 과거사위에 지난 3월 수사 권고를 요청했다. 김 전 차관이 등장하는 ‘별장 동영상’의 존재도 이 맞고소 사건을 통해 드러난 것이다.

문동성 구자창 구승은 기자 the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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