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예수-김인권] “21년 배우 인생은 주님과의 동행 ‘기적’ 이루는 과분한 사랑 주셨죠”

배우 김인권이 7일 경기도 성남의 한 카페에서 자신의 삶과 연기, 신앙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성남=강민석 선임기자


대한민국 영화계에서 1000만이란 숫자가 가지는 의미는 엄청나다. 작품이 국민적 사랑을 받았음을 보여주는 바로미터이고 작품에 출연한 배우에겐 ‘국민 배우’란 수식어가 달린다. 대중의 사랑을 먹고 사는 배우에겐 영광이자 연기 인생의 탄탄한 기반으로 삼을 수 있는 기회가 된다. 하지만 배우 김인권(41)의 마음에 그 숫자는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선한 영향력’으로 새겨진 듯했다.
 


“타고난 지식도, 빼어난 외모도, 물려받은 재물도 없는 제가 부족하나마 하나님을 전할 수 있는 통로가 된다는 게 기적이죠. 그 기적을 이루시기 위해 과분한 사랑을 받게 하신 게 아닐까요.(웃음)”

경기도 성남의 한 카페에서 7일 만난 김인권은 21년차 배우로 살아가는 자신의 삶을 ‘하나님과의 동행’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영화 ‘해운대’(2009)의 백수건달 오동춘, ‘광해, 왕이 된 남자’(2012)의 호위무사 도부장 역을 통해 ‘명품 조연’ 타이틀을 얻었다. 하지만 그에게선 1000만 관객을 달성한 영화 두 편에 출연한 배우로서의 카리스마보다는 묵묵히 연기 인생을 걸어가는 여유가 엿보였다.

영화 ‘방가?방가!’(2010) ‘전국노래자랑’(2013) 등에서 보여준 톡톡 튀는 캐릭터와 유쾌한 연기는 김인권에게 ‘충무로의 웃음 보증수표’란 수식어를 달아줬다. 하지만 그가 보증하는 웃음을 연기로 만나기까지 김인권은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어둠을 뚫고 나와야 했다. 유년 시절 갑작스레 찾아온 아버지의 사업 부도로 가족은 뿔뿔이 흩어졌다. 수도가 없어 우물물을 길어 생활하고 구더기가 기어 다니는 방에서 잠들어야 했다.

“고아 아닌 고아생활을 해야 했습니다. 겨울에 자다가 연탄가스에 중독돼 병원에 실려 가기도 했죠. 뇌종양이 발견된 어머니는 반지하방에서 돌아가시고…. 초등학교 5학년 때 외할머니 손을 잡고 교회에 가지 않았더라면 아마 비뚤어져도 한참 비뚤어진 인생을 살고 있을 겁니다.”

15세 소년 김인권에게 주어진 교회 연극 무대는 인생의 달란트를 발견하게 해 준 공간이자 어긋날 뻔한 삶의 방향키를 돌려 준 구원자였다. 당시 중고등부 전도집회의 하이라이트는 김인권이 극본 연출 연기까지 1인 3역을 맡은 연극이었다. 고등부를 졸업할 때까지 5년여 동안 그가 무대에 올린 창작극은 무려 13편.

김인권은 “돌아온 탕자를 모티브로 ‘돌아온 용팔이’란 작품을 처음 올렸는데 철없던 용팔이가 당시 최고 인기였던 터미네이터(예수님)를 만나 자기 죄를 고백한다는 얘기였다”며 “연극이 곧 예배이고 하나님을 향한 헌신이었다”고 회상했다.

지난해 9월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로 떠났던 봉사활동은 그에게 ‘선한 영향력’에 대한 새로운 이정표를 던져줬다. 14년째 아프리카 오지 의료활동을 펼치고 있는 이재훈 선교사와 만나면서 ‘나를 내려놓고 하나님과 동행하는 삶’을 가슴 깊이 새겼다. 이를 계기로 밀알복지재단(이사장 홍정길 목사) 홍보대사를 맡아 소외된 이웃을 위한 ‘나눔 전도사’를 자청하고 있다.

김인권은 “이 선교사와의 만남은 엄청난 결과물이 아니라 동행하는 것만으로도 함께하는 이들에게 하나님의 온기를 전할 수 있다는 걸 깨달은 시간이었다”며 “지금은 시청각장애인을 위한 헬렌켈러 캠페인(국민일보 4월 18일자 31면 참조)을 알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오는 22일 처음 방송되는 드라마 ‘단, 하나의 사랑’에서 대천사 ‘후’ 역으로 시청자들을 만난다. “새해 첫날부터 성경통독을 목표로 매일 2장씩 읽고 있는데 하나님이 기특했는지 이런 배역을 주셨나봐요. 건달이 천사가 되다니.(웃음) 하나님이 주신 유일한 달란트가 연기니까 그걸로 보답해야죠.”

성남=최기영 기자 the7102@gmail.com, 영상=강민석 선임기자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