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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료 구독자 153만명… 넷플릭스, 국내 콘텐츠 시장 블랙홀로



세계 유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을 휩쓸고 있는 넷플릭스가 국내에서도 독주를 이어가고 있다. ‘콘텐츠 유통 잠식’ 위기감을 느낀 국내외 OTT 경쟁업체들은 넷플릭스 추격을 서두르고 있다.

2016년 국내 진출 당시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으로 평가되던 넷플릭스는 지난해 국내 콘텐츠 시장의 블랙홀로 떠올랐다. 지난해 12월 90만명을 넘어섰던 국내 유료 이용자는 지난달 153만명까지 치솟았다. 월 구독료 매출도 2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넷플릭스는 지난 1월 독점 공개한 국내 첫 오리지널(자체 제작) 시리즈 ‘킹덤’을 앞세워 국내 시장에 빠르게 침투했다. 아울러 가입자 350만명 이상을 확보한 LG유플러스 IPTV(인터넷TV)와 협업해 점유율을 높였다.

넷플릭스 돌풍은 세계적 현상이다. 올 1분기 넷플릭스 세계 가입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8% 늘어난 1억4890만명에 달한다. 대규모 가입자로부터 고정 구독료를 받고, 이 수익을 또다시 콘텐츠에 투자하는 선순환을 구축한 게 넷플릭스의 원동력이다. 넷플릭스는 지난해에만 120억 달러(약 14조원)를 제작 및 판권 구매에 쏟아부었다. 넷플릭스가 콘텐츠 경쟁력을 더해가자 기존 케이블TV 시청자들이 넷플릭스로 갈아타는 ‘코드 커팅’ 현상까지 확산했다.

넷플릭스가 OTT의 잠재력을 입증하자 주요 플랫폼업체들도 최근 앞다퉈 OTT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마블 콘텐츠 등을 갖고 있는 ‘콘텐츠 강자’ 월트디즈니가 대표적이다. 디즈니는 오는 11월 자체 OTT ‘디즈니플러스(+)’를 출범한다. 미국 출시를 시작으로 2021년까지 북미, 유럽, 아시아·태평양 등 세계로 서비스를 확장할 계획이다. 2024년 말까지 6000만∼900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하는 게 목표다.

디즈니+의 구독료는 넷플릭스보다 최대 절반가량 낮게 책정됐다. 월 6.99달러(약 8000원), 연 69달러(약 7만9000원)로 넷플릭스의 월 이용료(8.99~15.99달러)보다 저렴하다. 아울러 디즈니는 ‘캡틴 마블’ 이후 마블 작품을 독점 방영할 계획이다. 기존 넷플릭스에 공급하던 마블 콘텐츠는 철수할 방침이다.

디즈니는 또 디즈니가 보유하고 있는 영화 500편, TV 시리즈 7500여편을 제공할 계획이다. 아울러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을 위해 내년 10억 달러를 투자하고, 2024년쯤 이를 20억 달러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미국 OTT 경쟁사인 아마존과 훌루도 넷플릭스 추격에 집중하고 있다. 미국 애플도 유명 할리우드 감독·배우의 최신작을 동영상 스트리밍으로 독점 공급하는 ‘애플TV플러스’를 선보이며 OTT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아마존은 이미 국내에서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서비스를 선보였고, 애플과 디즈니의 OTT도 조만간 한국에 상륙할 것으로 보인다.

해외 OTT 공세에 국내 업계도 대응에 나섰다. SK텔레콤은 자사 OTT ‘옥수수’와 지상파 3사의 OTT ‘푹’을 결합한 토종 OTT ‘푹수수’(가칭)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 심사를 거쳐 늦어도 연말까진 푹수수를 출범시키겠다는 방침이다.

푹수수는 옥수수 가입자 약 946만명, 푹 가입자 약 400만명을 아우르는 OTT가 될 전망이다. 푹수수는 1300만명대 가입자들의 구독료에 외부 투자금을 더해 넷플릭스처럼 경쟁력 있는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할 계획이다. 국내 시장과 함께 동남아·해외 교민들을 주로 공략할 방침이다. 디즈니와 NBC유니버설, 소니 등 해외 주요 콘텐츠업체의 콘텐츠 판권도 적극적으로 유치한다.

콘텐츠 1회당 20억원씩 쏟아붓는 넷플릭스의 자본력을 얼마나 극복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업계 관계자는 “OTT 성패는 오리지널 콘텐츠에서 갈린다”며 “결국 콘텐츠 투자금 규모, 콘텐츠 제작 역량, 고정 가입자 수에서 판가름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인터넷기업들도 OTT 사업 확장을 서두르고 있다. 네이버는 올해 동영상 전용 공간(판)을 만들고 메인 화면과 검색창 등 주요 이용자 접점에 동영상을 노출시키는 등 동영상 강화에 집중한다. CJ ENM은 지난해 자사 OTT ‘티빙’을 전 세계 시청자가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글로벌 티빙’으로 확장했다.

OTT와 ‘코드 커팅’을 두고 긴장 관계에 있는 IPTV도 해외 OTT 대비에 들어갔다. 미국은 이미 지난해까지 3300여만명이 코드 커팅했고, 이 숫자는 2022년 5510만명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케이블TV와 IPTV, 위성방송 등 유료 방송 시장이 OTT로 대체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세계 온라인 동영상 유료 구독자가 케이블TV 이용자 수를 처음 넘어서기도 했다.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에 따르면 지난해 넷플릭스, 훌루, 아마존 등 전 세계 온라인 스트리밍(실시간 감상) 구독자는 전년보다 37% 급증한 6억1330만명을 기록해 케이블TV 가입자(5억5600만명)를 제쳤다.

단 국내는 미국과 달리 케이블TV나 IPTV 요금이 싼 편이라 아직 코드 커팅이 본격화되지는 않았다는 게 중론이다. 미국은 유료 방송 월 요금이 보통 50~100달러 정도지만 국내 요금은 1만~2만원대다. IPTV 및 OTT업계에서도 당분간 국내 코드 커팅이 일어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하지만 방심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KT는 최근 워너브러더스, NBC유니버설 등과 손잡고 넷플릭스에 열세를 보인 영화 콘텐츠 보강 전략을 발표했다. 발표 당시 OTT의 코드 커팅을 의식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KT는 “(OTT와 IPTV의) 콘텐츠 경쟁 본격화 이후엔 (시장 상황이) 어떻게 될지 예측이 어렵다”고 말했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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