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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발 무역전쟁 재발 우려에 먹구름 잔뜩 낀 한·일 증시

KEB하나은행 직원이 7일 서울 중구 본점의 딜링룸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자료를 보고 있다. 뒤편 모니터에 코스피지수와 원·달러 환율 흐름이 표시돼 있다. 이날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증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폭탄 발언’ 영향으로 크게 출렁였다. 최종학 선임기자





연초부터 상승가도였던 글로벌 증시에 먹구름이 꼈다. ‘불안’의 방아쇠를 당긴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다. 매듭지어질 듯했던 미·중 무역갈등이 다시 부각되자 한국과 일본 증시는 동반 하락했다. 전날 5%대 급락했던 중국 증시도 ‘찔끔’ 회복하는 데 그쳤다.

‘주요 2개국(G2, 미·중) 무역협상’에 변수가 생기면서 글로벌 금융시장도 ‘불확실성의 그림자’를 피할 수 없게 됐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다만 협상 중단 같은 ‘최악 시나리오’만 아니면 지난해 하반기 같은 극심한 하락장은 재현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코스피지수는 7일 전 거래일보다 0.88% 하락한 2176.99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1일(2168.28)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코스닥지수는 1.1% 내린 753.45에 마감하면서 5거래일 만에 하락했다. 기관과 외국인이 동반 매도에 나서면서 지수를 끌어내렸다. 원·달러 환율은 장중 1174원까지 오르는 등 연고점을 경신했지만, 금융당국의 ‘신속한 대응 발언’ 등이 우려를 진정시키면서 1166.5원에 장을 마쳤다. 아시아 증시도 혼조세를 보였다. 긴 연휴를 마치고 개장한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는 1.51% 하락했다. 전날 5%나 급락했던 상하이종합지수는 0.69% 올랐다.

글로벌 금융시장을 요동치게 만든 원인은 미·중 무역갈등 재점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일(현지시간) 중국을 향해 관세율을 인상하겠다고 압박했다. 그동안 무역협상 기대감이 증시에 호재로 작용했던 만큼 이번 ‘폭탄 발언’은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실제 관세 인상으로 이어질지와 관계없이 당분간 불확실성이 커지는 건 불가피하다.

그러나 ‘협상의 판’ 자체가 틀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투자업계에선 미국이 예정대로 관세를 인상하고, 무역협상 속도가 지연되는 쪽에 무게를 둔다. 중국이 보복에 나서지 않아 협상 중단까지는 가지 않지만, 타결 시점은 뒤로 밀린다는 시나리오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7일 금융·경제상황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미·중 무역분쟁의 불확실성이 재부각됐으나 현재 무역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크게 불안해할 상황은 아니다”고 언급했다.

‘트럼프 쇼크’에서 홀로 폭락한 중국 증시가 이런 시나리오를 뒷받침한다. 무역협상이 순조롭지 않다는 소식이 알려지고 미국 뉴욕증시는 최대 0.5%대 낙폭을 보인 데 비해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5% 넘게 하락했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번 무역협상의 승자가 누구인지, 협상 결렬 시 충격이 큰 국가가 어디인지를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라고 분석했다. 판이 깨지지 않지만 타결이 지연되면 한국 증시도 단기 조정에 접어들 수 있다. 이승훈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협상이 ‘지연되는 수준’에 그친다면 증시는 단기 조정 후 안정화될 것”이라며 2100선 초반을 하방 지지선으로 예상했다.

여기에다 미국의 관세 인상에 맞서 중국이 보복에 나서는 ‘최악의 상황’을 아예 배제할 수 없다. 그만큼 예측의 불확실성이 크다. 무역전쟁이 격화되면 증시의 하방 압력은 한층 커진다. 위험자산 선호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으면서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 금융시장에서 자금이 빠져나갈 가능성도 있다. 증시 상승세에 비해 뒤떨어지는 글로벌 펀더멘털(경제 기초체력) 회복 속도도 부담이다. 올해 글로벌 경제는 미국 외에는 별다른 회복세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김효진 SK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앙은행에 기준금리 인하 압박을, 산유국에는 유가 하락 압박을 동시에 가하는 것은 그만큼 경기 호조흐름을 연장하려는 의지가 강한 것”이라며 “무역협상의 부분 타결 혹은 협상 결과 도출 지연 가능성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경민 연구원은 “상수가 된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 이슈가 글로벌 교역, 경제, 기업 실적에 하강 리스크를 가중시키고 있다”며 “향후 위험자산에 대한 노출도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주언 이경원 기자 e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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