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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개발 신경 꺼” 미 견제에… 중 “냉전 사고” 반격



안보와 경제 등 모든 분야에서 경쟁을 벌이는 미국과 중국이 이번에는 북극을 두고 정면충돌했다. 미국은 북극 개발에 관심이 큰 중국을 겨냥해 북극해에 닿지도 않는 국가가 북극 문제에 관여할 권리는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중국은 미국이 냉전적 사고를 버리지 못하고 대결을 추구하려 한다고 맞받았다.

중국은 러시아와 손잡고 북극해를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편입해 ‘빙상 실크로드’를 개척한다는 구상을 세우고 있다. 하지만 냉전 시기 북극해를 사이에 두고 구소련과 군사적 대결을 벌인 경험이 있는 미국은 중국의 북극해 진출을 안보 위협으로 여기며 마뜩잖게 보고 있다.

가디언과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6일(현지시간) 핀란드 로바니에미에서 열린 북극이사회 각료회의에서 “북극이 야생지대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법지대는 아니다”면서 “중국은 그동안 세계 곳곳에서 공격적 태도를 보여 왔다. 이를 미뤄 중국이 북극 문제에 어떻게 접근할지도 예상 가능하다”고 말했다.

북극이사회는 북극 환경 보호와 지속가능한 개발을 목적으로 1996년 설립된 국제기구다. 북극해를 영해로 갖고 있는 미국 러시아 캐나다 덴마크 핀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아이슬란드 8개국에만 회원국 자격이 주어진다. 한국 중국 영국 프랑스 등 13개국은 옵서버 지위를 갖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지난해 북극 정책 백서에서 스스로를 ‘북극 인접국’으로 규정하며 북극 문제에 이해관계가 있다는 주장을 펼치는 등 최근 들어 북극 개발 권리를 적극 주장하고 나섰다. 미국은 중국 주장이 ‘어불성설’이라며 전혀 인정하지 않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중국 최북단 지역에서 북극해까지 거리는 900마일(약 1450㎞)이나 된다”면서 “오로지 북극 국가와 비(非)북극 국가만이 존재할 뿐이다. 제3의 범주는 없으며 중국이 다른 범주를 만들어 주장한다고 어떤 권리가 생기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은 민간 연구를 구실로 북극에서 군사적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핵 억지력 확충을 위해 북극에 잠수함을 배치하기도 했다”며 “중국은 남중국해에서 그랬듯이 북극에도 군사기지를 짓고 영토분쟁을 벌이려는 속셈이냐”고 힐난했다.

가오펑 중국 외교부 북극특별대표는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폼페이오 장관 연설 종료 직후 발언권을 얻은 가오 대표는 “불쾌하다”며 “파리 기후변화협정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한 국가가 이제는 북극 환경 보호를 운운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오 대표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선 “폼페이오 장관이 연설에서 ‘힘의 경쟁’을 언급했다. 좋다. 누가 더 많은 친구를 얻을 수 있을지 경쟁해보자”고도 말했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7일 정례브리핑에서 “중국은 평화적 북극 개발을 추구한다”며 “미국은 시대에 뒤떨어진 냉전적 사고를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북극이 패권 경쟁의 무대가 된 건 역설적이게도 지구 온난화 때문이다. 북극 얼음 두께가 얇아지면서 쇄빙선을 대동하지 않고도 상선이 항해할 길이 열리게 된 것이다. 베링해협을 거쳐 북극해를 지나는 북극항로는 말라카해협과 수에즈운하를 통과하는 기존 항로보다 거리가 짧아 오래전부터 주목을 받아왔다. 북극 개발이 가속화됨에 따라 미국과 중·러 간 샅바 싸움도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미 국방부는 다음 달 1일 신(新)북극방위전략을 공개할 예정이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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