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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실 관례냐 산모 사생활 보호냐… 출산직후 ‘로열 베이비’ 공개 논란

영국 남부 윈저의 윈저성 앞에서 6일(현지시간) 타운크라이어(지역의 중요 소식을 전달하는 관직)를 맡은 전통의상 차림의 한 남성이 해리 왕자와 메건 마클 왕자비의 아들 출산 소식을 외치고 있다. 윈저성은 해리 왕자 부부가 거주하는 곳이다. AP뉴시스


영국 해리 왕자의 아내 메건 마클 왕자비가 6일(현지시간) 몸무게 약 3.26㎏의 건강한 아들을 출산했다. 영국은 축제 분위기지만 정작 아기의 모습은 일러도 8일 정도에나 공개될 전망이다. 메건 왕자비가 지난 4월 초 “출산 직후 카메라 앞에 서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이날 언론 앞에 나선 것은 해리 왕자뿐이었다. 메건 왕자비의 시어머니인 고 다이애나 왕세자빈이나 케이트 왕자비가 출산 직후 병원 앞에서 직접 신생아를 안고 포즈를 취했던 관행과 대조적이다.

상기된 얼굴로 카메라 앞에 선 해리 왕자는 “환상적인 경험이고, 하늘을 둥둥 떠다니는 기분”이라면서 “아기 이름은 아직 생각 중이며, 계획대로라면 우리는 이틀 후쯤 여러분을 만나게 될 것 같다”고 밝혔다. 태어난 아기는 엘리자베스 여왕의 8번째 증손자다. 왕위 계승순위는 찰스 왕세자, 윌리엄 왕자와 3명의 아이들, 해리 왕자에 이어 7위에 해당된다.

배우 출신의 메건 왕자비가 미국인·이혼녀·혼혈·연상·가톨릭 신자 등의 이력으로 왕실 금기를 깨고 해리 왕자와 결혼했던 만큼 ‘로열 베이비’에도 관심이 쏟아졌다. 하지만 사생활을 중시하는 해리 왕자 부부는 그동안 출산과 관련해 철저하게 비밀을 유지해 왔다. 가디언 등 영국 언론은 왕실 의료팀을 거부한 해리 왕자 부부가 ‘둘라’(비의료인 출산동반자)를 고용해 가정 출산을 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출산 당일도 메건 왕자비의 출산 장소와 방법 등에 대해서는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BBC는 “해리 왕자 부부가 왕실 관례에 맞서 가족의 사생활을 지키고 있다”며 “이번 출산을 통해 왕족의 공적 지위와 사적 생활의 미세한 선을 그었다”고 보도했다. 앞서 메건 왕자비가 병원에서 출산 이후 왕궁으로 돌아가기 전 대중에게 로열 베이비를 공개하지 않겠다고 발표하면서 찬반 논란이 인 것이 대표적이다. 더선, 익스프레스 등 영국 대중지들은 “대중은 세금이 투입되는 왕족의 삶에 대해 알 권리가 있다” “왕족 탄생을 국가적 행사로 축하하는 국민에게 모욕적” 등등 표현을 쓰며 메건 왕자비를 비판했다.

하지만 미국 언론을 비롯해 전반적인 여론은 메건 왕자비의 선택을 지지한다. CNN은 “출산한 지 얼마 안 돼 붓기 없이 화려한 모습으로 등장하라는 것 자체가 너무 야만적”이라고 비판했다. 육아용품 회사인 프리다베이비의 최고경영자(CEO)이자 세 아이의 엄마인 첼시 허쉬호른은 NYT에 공개서한을 전면광고로 게재해 “사진을 찍는 전통이 출산 후 여성이 거쳐야 할 힘든 현실을 숨기는 것”이라며 메건 왕자비를 응원했다.

영국 내에서도 왕실의 아기를 출생 몇 시간 만에 대중에 공개하는 행사 자체가 관행이 아니라는 비판도 나왔다. 1977년 엘리자베스 여왕의 큰딸 앤 공주가 병원에서 첫 출산을 하고 집에 돌아가면서 언론에 아이를 공개한 게 처음이었다는 것이다. 가디언은 “메건 왕자비가 집에서 출산했다면 오히려 왕실의 전통을 지킨 것”이라면서 “엘리자베스 여왕은 네 자녀를 모두 왕궁에서 낳았다”고 지적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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