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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길거리 투쟁 돌입, 14년 전 박근혜처럼 성공할까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7일 부산 자갈치시장에서 ‘민생투쟁 대장정’ 출정 기자회견을 마친 뒤 울먹이고 있다. 황 대표는 한 시민이 “한국당 하나로 뭉쳐야 한다. 그래야 산다”고 외치자 “여러분 말씀이 다 애국의 마음에서 나온 것이다. 눈물이 난다”고 말했다. 뉴시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길거리 순회 투쟁’에 들어갔다. 7일 부산 자갈치시장을 시작으로 5월 한 달 전국을 도는 ‘반문(문재인) 대장정’이다. 한국당은 황 대표가 ‘민생’을 앞세워 장외 여론전을 벌이고 나경원 원내대표는 국회 일정을 보이콧하면서 ‘안보’ 문제로 정부·여당을 압박하는 투트랙 공세를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한국당의 행보를 두고 일각에서는 14년 전 사립학교법 개정에 반발해 장시간 장외투쟁을 벌였던 ‘박근혜 한나라당’이 오버랩된다는 얘기도 나온다.

황 대표는 자갈치시장 정문 앞에서 가진 ‘국민 속으로 민생투쟁 대장정’ 출정식에서 “싸워도 국회에서 싸우고 싶었지만 더 이상 국회에서의 투쟁만으로는 문재인 정권의 좌파독재를 막아낼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국민 여러분과 싸우기 위해 거리로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부터 저는 전국을 걷고 또 사람들을 만나면서 국민 한 분 한 분 민생의 아픔을 보듬도록 하겠다”고 했다. 지지자들 사이에서 “한국당이 뭉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자 “애국의 마음에서 나온 말씀”이라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남색 백팩을 메고 운동화를 신은 황 대표는 부산 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덕포시장, 덕천 임대아파트 부녀회 등을 택시와 지하철, 버스로 이동하며 시민들과의 접촉면을 늘리려 애썼다. 황 대표는 일단 오는 25일까지 17개 광역시·도를 모두 돌 예정이다. 그는 “마을회관이든, 경로당이든 재워주는 곳에서 잠을 자면서 진짜 민생 투쟁을 벌이겠다”고 말했다.

황 대표의 행보는 여러 측면에서 2005년 당대표로 한나라당을 이끌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행보를 연상시킨다는 평이 나온다. 박 전 대통령도 총선을 1년 앞둔 때에 정부·여당의 사립학교법 개정에 맞서 국회 일정을 보이콧하고 전국 각지에서 장외집회를 열었다. 4개월간 이어진 장기투쟁 끝에 한나라당은 사학법 재개정 협상을 이끌어낸 반면 참여정부는 개혁입법 좌절로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다.

지도부 지휘 아래 당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모습도 당시와 유사하다. 황 대표와 박 전 대통령 모두 총선 공천권을 쥐고 있는 ‘강한 대표’로서 투쟁을 주도했다.

문제는 투쟁의 손익계산서다. 한국당은 국회 정상화 조건으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철회와 대통령의 사과를 제시한 상태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이런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국회를 운영하겠다고 하면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2005년 때와 달리 여권으로부터 실질적으로 얻어낼 게 많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학법 투쟁의 경우 여야 일대일 구도였지만 패스트트랙은 여야 4당이 합의한 사안이라 한국당이 고립될 수 있는 상황이다. 여야 4당은 일제히 한국당의 국회 복귀를 압박하고 있다.

한국당 관계자는 “당장 우리 당이 취할 수 있는 카드가 없다”며 “여권이 한국당 요구에 호응하지 않는 이상 장외투쟁 기조는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심우삼 기자 s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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