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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 참사는 뉴질랜드 테러 복수극”… IS “우리가 했다”

IS가 스리랑카 테러의 배후를 자처하며 공개한 테러범 사진. [AP=연합뉴스]


스리랑카 정부는 지난 21일 발생한 연쇄 폭탄테러가 지난달 발생한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이슬람사원 총격 테러에 대한 복수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조사됐다고 23일 밝혔다.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는 선전 매체를 통해 이번 테러는 자신들이 벌였다고 주장했다. 초기에 테러 배후로 지목됐던 내셔널타우힛자맛(NTJ)이 IS의 도움을 받아 테러를 감행한 것으로 보인다. 폭탄테러 발생 이틀 만에 사망자는 321명으로 늘었고, 용의자 40명이 체포됐다.

루완 위제와르데네 스리랑카 국방부 부장관은 이날 의회에 폭탄테러 사건 조사결과를 보고하며 “예비조사 결과 뉴질랜드에서 일어난 총격 테러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이뤄졌다는 것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위제와르데네 부장관은 두 사건의 연관성을 입증할 근거는 밝히지 않았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다만 위제와르데네 부장관은 “NTJ가 인도의 급진 이슬람단체인 자미야툴밀라투이브라힘(JMI)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말했다.

스리랑카 정부는 사건 직후부터 국제 테러 네트워크가 이번 테러에 개입했을 가능성을 제기해 왔다. 특히 지난달 15일 백인우월주의자가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이슬람사원에 테러한 후 기독교 세력에 대한 복수를 별렀던 IS가 ‘피의 복수’를 벌였을 거란 추측이 나왔었다. 기독교 명절인 부활절에 주로 교회가 공격당했다는 사실도 이 추측에 힘을 실었다. IS는 선전매체 아마크통신을 통해 23일 “스리랑카에서 기독교인과 IS를 상대로 한 연합군 참가국 국민을 공격한 것은 IS 소속 전사들이다”고 밝혔다.

NTJ는 지난해 12월까지만 해도 스리랑카 마와넬라의 사찰에서 불상을 훼손하는 등 반달리즘 행태를 주로 일삼는 조직으로 알려져 있었다. 앤 스펙하드 국제폭력극단주의연구센터(ICSV) 소장은 “이번 테러는 과거 NTJ의 공격과 확연하게 다르다”며 “IS, 알카에다 등 무장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가 종교 간 증오를 부추기기 위해 쓰던 전략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고 뉴욕타임스(NYT)에 말했다.

스리랑카 정부가 연쇄 폭탄테러 발생 17일 전 미국과 인도 당국으로부터 테러 위험을 경고받고도 적절한 대응 조치를 취하지 못했던 건 대통령과 총리 간 불화 탓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미국과 인도 보안 당국은 지난 4일 스리랑카 정부에 “(테러 단체가) 스리랑카 내 공격을 계획 중이라는 징후를 발견했다”고 알렸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전했다. 당시 인도는 NTJ가 교회에서 공격을 계획하고 있다는 구체적인 정황까지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리랑카 경찰 당국도 사전에 NTJ의 테러 가능성을 경고하고 보안 강화를 요청하는 내용의 메모를 정부에 두 차례나 전달했다. 이 메모에는 용의자로 추정되는 사람들의 이름과 주소, 전화번호, 이동경로 등 상세한 정보까지 담겨 있었다. 경찰은 지난 1월 NTJ와 관련 있는 극단적 이슬람주의자들이 무기와 기폭장치를 확보했다는 점도 파악했다고 NYT는 전했다.

하지만 스리랑카 정부는 마이트리팔라 시리세나 대통령과 라닐 위크레메싱게 총리의 정치적 갈등 여파로 테러를 막을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정부 간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테러 관련 정보도 정부 내에서 공유되지 않으면서 테러 대응에 완전히 실패한 것이다.

시리세나 대통령은 위크레메싱게 총리를 견제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그를 전격 해임한 뒤 마힌다 라자팍사 전 대통령을 총리로 임명한 바 있다. 스리랑카는 이후 수개월간 ‘한 나라 두 총리’ 체제로 극심한 정국 혼란을 겪어야 했다. NYT는 “스리랑카 지도자들의 내홍은 국가안보를 해쳤고 역사상 최악의 테러가 발생하는 데 일조했다”고 지적했다. 위크레메싱게 총리는 “정보 당국이 파악한 테러 정보를 전달받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택현 조민아 기자 alle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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