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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탑·대들보 순식간에 붕괴… “2개의 종탑 지켜라” 사투

프랑스 파리의 상징 노트르담 대성당 첨탑이 15일(현지시간) 발생한 화재로 무너지고 있다. 12세기 건립된 노트르담 대성당은 초기 고딕 양식을 대표하는 유서깊은 건축물이자 프랑스의 자존심으로 불린다. 프랑스 대혁명과 2차 세계대전에도 견뎌오던 노트르담 대성당은 건립 856년 만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입고 말았다. AP
 
프랑스 파리 몽파르나스 타워에서 16일 오전(현지시간) 촬영한 노트르담 대성당 전경. 전날 오후 발생한 화재로 성당 첨탑이 무너지고 지붕 대부분이 불에 타 훼손되는 등 처참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기로 인한 그을음도 벽면 곳곳에서 눈에 띈다. 소방관들은 밤을 새워 사투를 벌인 끝에 두 개의 종탑 등 성당 기본 구조물을 지켜냈다. 아래 사진은 노트르담 대성당의 화재 이전 모습. 높이 솟은 첨탑과 멀쩡한 지붕이 보인다. AP


프랑스 파리의 상징 노트르담 대성당이 불길에 휩싸인 건 단 한순간이었다. 빠르게 번져나간 불길은 소방관들이 미처 손쓸 틈도 없이 856년 된 건물 대부분을 집어삼켰다. 촘촘히 짜인 나무 대들보를 석재 외벽으로 감싸는 고딕 양식 특유의 구조는 진화작업을 더욱 어렵게 했다. 다행히 소방관들의 재빠른 대처로 대성당의 귀중한 유물은 대부분 밖으로 옮겨졌다. 인명 피해 역시 부상 3명으로 경미한 수준이었다.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처음 불꽃이 발견된 건 15일 오후 6시43분쯤(현지시간) 화재경보기가 울리면서다. 목조 지붕 쪽에서 자욱한 연기가 피어오르더니 곧이어 시커먼 재가 시민들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화재 초기 회색빛이었던 연기는 얼마 지나지 않아 시커멓게 변했다. 이어 성당 안쪽에서 주황색 화염이 치솟는 게 목격됐다. 수천명의 시민과 관광객은 불길에 휩싸인 대성당을 넋이 나간 채 지켜보기만 했다. 소셜미디어에는 화재 소식을 알리는 사진과 동영상이 폭증했다.

화재 시점은 당일 마지막 관광객 입장 시간 직전이었다. 다행히 성당 안에 있던 사람은 많지 않았다. 한 목격자는 뉴욕타임스(NYT)에 “그날 마지막 입장객들이 성당 안으로 들어가려던 순간 성당 측이 아무런 말도 없이 문을 닫아버렸다”고 말했다. 성당 안에서는 미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당시 미사에 참여했던 프랑수아 자비에 로셰는 CNN방송에 “프랑스어와 영어로 방송이 나왔지만 벨소리가 너무 커 들리지 않았다”며 “경찰관이 신부에게 ‘농담이 아니다. 지금 당장 피하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파리 소방 당국은 성당이 위치한 시테섬의 출입을 통제하고 소방관 400명과 소방차 18대를 투입해 진화에 나섰다. 화재 규모 파악을 위해 상공에 헬기와 드론도 띄웠다. 하지만 불길은 잡히지 않았고 첨탑과 목조 지붕 전체로 번지기 시작했다. 결국 화재 발생 1시간여 만인 오후 7시50분쯤 화염에 휩싸인 96m 높이의 대성당 첨탑이 무너지고 말았다. 수백년 동안 성당 천장을 지탱해 오던 목재 대들보도 모두 불에 타버렸다.

노트르담 대성당 지붕은 촘촘히 짜인 목재 대들보가 하중을 지탱하는 구조다. 짧게는 10m, 길게는 100m 길이의 대들보가 210t의 지붕을 떠받치고 있다. 이런 형태는 외부에서 발생한 화재로부터 보호하는 데 적합하지만, 반대로 목재 대들보 부위에 불이 붙을 경우엔 속수무책이다. 소방관들이 밖에서 물을 뿌려도 외벽에 막혀 불길을 잡을 수 없을뿐더러 외벽이 열기와 연기를 건물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막기 때문에 내부로 진입해 진화작업을 하기도 어렵다.

노트르담 건물에 사용된 목재는 대부분 건립 당시인 12세기 말~13세기 초에 벌목됐다. 그동안 일부가 교체되기도 했지만 가장 최근의 것도 19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무려 1만3000그루에 해당하는 대량의 목재가 사용돼 ‘숲(la foret)’이라는 별명으로도 불렸다.

첨탑이 무너진 이후 소방관들은 성당의 핵심 구조물인 두 개의 종탑을 지키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정면에 위치한 거대한 종탑 두 개는 노트르담 대성당의 상징이자 전체 구조를 지탱하는 역할을 한다. 종탑 내부 목재에까지 불이 옮아 붙을 경우 거대한 종이 지지대를 잃고 떨어지면서 전체 건물이 붕괴될 가능성이 컸다. 소방 당국은 사투 끝에 오후 11시53분 “노트르담 대성당을 구해냈다. 전체 구조는 안전한 상태”라고 밝혔다. 노트르담 대성당의 성물인 그리스도의 가시면류관 등 귀중한 유물들도 안전하게 건물 외부로 옮겨졌다. 소방관들은 밤새 잔불 정리작업을 벌인 끝에 이튿날인 16일 새벽 3시40분쯤 큰 불길을 잡았고 오전 10시쯤 완전 진화했다. 화재 발생 15시간 만이다. 소방관 100여명은 혹시 모를 불씨가 남았을지, 목재가 불에 타면서 건물 구조 안전성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등을 알아보기 위해 성당에 남아 조사를 진행했다.

프랑스 당국은 원인 규명 작업에 나섰다. 불길이 처음 목격된 첨탑에서는 복원 작업이 진행 중이었다. 보수공사 중 건물 손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첨탑 부근에 설치됐던 목조 가설물은 불길을 키웠다. 프랑스 검찰은 불꽃이 목격되기 20여분 전인 오후 6시20분쯤 화재경보기가 1차로 울렸던 사실도 파악했다. 일각에서 극단주의 이슬람 세력의 소행이라는 주장을 펼쳤지만 프랑스 검찰은 전면 부인했다.

이 와중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훈수를 뒀다 면박을 당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하늘에서 물을 뿌리는 게 좋겠다”고 트윗을 했지만 프랑스 당국은 “공중에서 물을 뿌리면 건물 자체가 붕괴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조성은 조민아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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