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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도 울고간 中서… 파리바게뜨 ‘토종의 맛’ 왕서방 사로잡았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중국 콴자이상즈점 매장 전경
 
싱가포르 1호점 위즈마점 매장
 
베트남 1호점 까오탕점 매장
 
미국 맨해튼 매장
 
파리 샤틀레점 매장


시장 규모 44조원,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중국의 베이커리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국내 기업이 있다.

2004년 처음 중국에 진출해 15년 만에 중국 전역에서 300여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SPC그룹의 파리바게뜨다. SPC그룹은 중국을 포함해 미국, 베트남, 싱가포르, 프랑스 등에 파리바게뜨 글로벌 매장 400여개를 운영하고 있다. 국내 토종 외식 브랜드가 해외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보고 있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파리바게뜨의 글로벌 시장 성공 비결은 뭘까.

파리바게뜨 중국 100호점은 진출 9년만에, 200호점은 이후 5년만에 달성했다. 하지만 300호점은 1년6개월 만에 돌파하며 파리바게뜨는 중국 베이커리 시장에서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2010년부터 가맹사업을 시작했는데 가맹 계약도 빠르게 늘고 있다. 중국에 문을 연 파리바게뜨 3분의2는 가맹점이다. 중국 시장에 이미 ‘되는 브랜드’로 뿌리 깊게 인식된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최근 2~3년 동안 중국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지만 파리바게뜨는 드물게 승승장구 중이다. 프랑스 유명 브랜드 폴, 포숑 등도 실패하고 돌아선 만만찮은 시장에서 파리바게뜨는 중국 소비자를 제대로 사로잡았다. 무엇보다 현지화 전략이 주효했다.

파리바게뜨는 중국 진출을 목표로 1990년대 중반부터 시장 조사를 했다. 치밀한 준비 없이는 성공하기 힘들 것이라는 각오가 있었다고 한다. 수년 동안 식음료 및 외식 시장과 상권에 대한 조사, 분석을 거듭하면서 중국 진출 전략을 마련했다. 상하이에 첫 매장을 연 게 2004년이니까 10년 가까운 시간을 중국 시장 진출 준비에 쏟은 셈이다.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맛, 메뉴, 공략 지점을 파악하기 위한 시간이었다.

품질만으로 중국 시장에서 승부를 거는 건 어려운 일이다. 소비자가 참여하는 케이크 만들기 교실 1000회 이상 운영, 중국 대표 신용카드인 은련 카드와 VIP 마케팅 제휴 등 각종 이벤트와 마케팅으로 중국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평가다. 아울러 HSBC국제골프대회, F1 경기대회 등 대형 행사 파트너로 참여해 인지도를 높여 왔다. 베이징올림픽 정식공급상, AAA브랜드(신뢰·품질·서비스 우수 기업) 선정 등으로 기업 이미지도 높여 왔다. SPC그룹 관계자는 11일 “파리바게뜨에 대한 높은 평가와 위상은 중국의 베이커리 업계 종사자들이 연수 지역을 유럽이나 일본 대신 한국으로 바꾸게 했다”고 설명했다.

SPC그룹은 최근 톈진 공장을 준공하고 중국 사업 확장을 노리고 있다. SPC톈진공장은 400억원을 투자해 2만800㎡ 규모로 짓고 있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은 “고품질의 제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중국에서 사랑받는 브랜드가 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리바게뜨가 사랑받는 또 다른 지역은 미국이다. 2002년 9월 미국에 현지 법인을 세우고 시장 조사와 트렌드 분석에 힘을 쏟았다. 첫 매장인 로스앤젤레스(LA) 코리아타운 웨스트 매장이 2005년 10월 문을 열었으니 3년가량 전략 수립에 애쓴 셈이다.

미국 시장에서의 성공은 ‘주류 사회 진입’ 측면에서 특히 의미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2013년 10월 미국 뉴욕 맨해튼 핵심 상권인 타임스퀘어 인근 40번가에 매장을 열고 미국 주류 상권에 본격 진출했다. 그 해 11월 오피스가 상권인 미드타운에 문을 열었고, 2014년 3월 고급 주택가인 어퍼웨스트사이드에도 매장을 열었다. 미국에서는 2016년부터 가맹 사업을 펼치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 현지인들에게 깊은 인상을 준 것은 소비자 중심의 점포 운영이었다. 대부분 미국 현지 베이커리는 줄을 서서 매장 직원에게 원하는 메뉴를 요청해야 한다. 하지만 파리바게뜨는 쟁반과 집게를 이용해 직접 고를 수 있다는 점이 현지 소비자들을 사로잡았다. SPC그룹은 미국 전역에 2020년까지 300여개 매장을 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파리바게뜨의 글로벌 성공 전략은 바게뜨의 본고장인 프랑스 파리 진출로 변곡점을 맞았다. 2014년 7월 국내 최초로 프랑스 파리에 매장을 냈다. 빵에 대한 자부심이 높은 프랑스에 해외 브랜드가 진출하는 건 진출 자체로도 쉽잖은 일이다. SPC그룹은 11개월 뒤인 2015년 6월 파리에 2호점을 내고 ‘빵의 고향’을 공략하고 있다. 파리바게뜨 관계자는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바게뜨로 하루 1000개 이상 팔린다. 한국식 식빵도 많이 찾는 메뉴 중 하나”라고 귀띔했다.

SPC그룹의 글로벌 전략은 고급화, 다양화, 고품질화, 현지화로 요약된다. 진출 초기에는 구매력이 높은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프리미엄’ 전략으로 접근하고 이후에는 고객 친화적인 이벤트와 체험 마케팅으로 소비자들에게 친밀도를 높이는 전략으로 접근하고 있다. 현지화를 위해 현지인 입맛에 특화한 메뉴를 전체 메뉴의 20% 정도로 유지하고 있다.

SPC그룹 관계자는 “현지 고객의 입맛에 맞는 맛있는 제품, 한국 기업의 특별한 서비스, 파리바게뜨가 만들어내는 고유의 맛 등으로 한국 베이커리의 우수성을 알린다는 사명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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