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전 세계 초판본 총출동

영국에서 첫 출간된 이래 150여년간 전 세계에서 번역돼 사랑받고 있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초판본들을 볼 수 있는 전시가 롯데갤러리 인천터미널점과 청량리점에서 잇달아 열린다. 사진은 아서 래컴(1907년)이 그린 삽화. 롯데갤러리 제공
 
토베 얀손(1977년)이 그린 삽화. 롯데갤러리 제공


나른한 오후, 언니와 함께 하릴없이 앉아 있던 앨리스는 흰토끼를 목격한다. 글쎄, 그 토끼가 회중시계를 들고 다니며 말을 하는 게 아닌가. 홀린 듯 토끼를 따라 굴 속으로 들어간 앨리스는 이상한 나라에서 환상적인 모험을 하게 된다.

영국 빅토리아 시대, 옥스퍼드 대학의 내성적인 수학자 루이스 캐럴(1832~1898)이 앨리스 리델이라는 소녀에게 즉흥적으로 들려준 이야기로부터 시작된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1866)는 150년간 많은 작가와 화가들에게 도전과 영감의 대상이 됐다.

각국에서 번역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초판본 100여권이 총출동했다. 롯데갤러리는 ‘마이 페이버릿 앨리스: 우리가 아직 만나지 못한 전 세계 앨리스들’이라는 제목으로 희귀 초판본 전시를 하고 있다.

작가인 캐럴이 쓰고 존 테니얼이 삽화를 그린 1866년 오리지널 초판본을 포함해 테니얼 이후 최초로 이 동화책의 삽화를 그렸던 여성 일러스트레이터 블란쉬 맥머너스, 예술성과 상업적 감각이 모두 돋보였던 아서 래컴, 입체적인 형태의 책을 처음 만들었던 미국 일러스트 황금기의 대표주자 피터 뉴웰 등 1900년대 들어 유명 삽화가들이 그린 초판본이 나왔다. 한국 최초로 소개된 계몽사의 ‘이상한 나라 앨리스’ 1961년 초판본도 물론 만나볼 수 있다.

화가들은 앨리스를 어떻게 해석했을까. 초현실주의 화가로 명성을 떨친 스페인의 살바도르 달리, ‘땡땡이 작가’로 유명한 일본의 구사마 야요이가 그린 앨리스를 비교해 보는 재미도 있다. 영국의 랄프 스테드먼은 환상적 세계라는 틀에서 벗어나 당시 영국의 정치·사회 이슈를 반영해 앨리스를 그렸고, 미국 판화가 배리 모저는 앨리스가 등장하지 않는 앨리스를 시도했다. 이외에도 독일 프랑스 러시아 동유럽 각지에서 자국의 문화적 풍토를 반영해 탄생시킨 일러스트레이터 40여명의 빈티지 그림책과 설치작품, 인형 등을 선보인다. 전시는 롯데갤러리 인천터미널점에서 오는 28일까지, 이후 롯데갤러리 청량리점에서 5월 2일부터 26일까지 이어진다.

손영옥 미술·문화재전문기자 yosoh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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