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합의한 선거제도 개편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이 동력을 잃어가고 있다.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와 4·3 보궐선거를 거치면서 4당간 논의도 삐걱거리고 있다. 여야 모두 협상 재개 의사를 밝히고 있지만 캐스팅보트를 쥔 바른미래당 내부에서 반발이 거세지면서 4월 임시국회 내 처리도 어렵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많다.
7일 여야의 입장을 종합하면 선거제도 개편과 개혁입법 패스트트랙 논의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문제를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그대로 멈춰 서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공수처가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가져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바른미래당은 수사권만 가져야 한다고 최후통첩을 한 상황이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지금까지는 논의가 없는 상황”이라며 “바른미래당 상황이 복잡해서 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바른미래당 내부 상황은 ‘시계제로’다. 보궐선거에서 참패한 바른미래당은 지도부 책임론이 거세지고 있어 패스트트랙 논의를 꺼내기조차 힘든 상황이다. 김수민 원내대변인은 이날도 “선거제 개편은 4월 임시국회가 반드시 처리해야 할 개혁법안”이라며 “검·경 수사권 조정 및 공수처 신설 문제와 함께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는 협상이 진전을 이룰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 지도부의 공식 입장과 달리 바른정당 출신 및 보수 성향 의원들은 패스트트랙에 결사반대하고 있다. 이언주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당은 분명 보수정당으로 출범했음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다른 얘기가 나오고, 심지어 반대파 숙청법(공수처)과 좌파연대 선거법의 패스트트랙까지 야합하고 있는 상황에서 제 목소리가 제거될 때 이 당이 과연 어디로 가겠는가”라고 밝혔다.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것도 패스트트랙 진전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민주당은 다음 달 8일 새 원내대표를 선출한다. 홍 원내대표가 불과 한 달가량 남은 임기 안에 공수처 설치 등 각종 개혁입법을 야당과 협상해 한꺼번에 패스트트랙에 올리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결국 여야 4당이 지난달 17일 진통 끝에 합의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패스트트랙 불발로 좌초되는 것 아니냐는 예상이 고개를 들고 있다.
패스트트랙 외에도 4월 임시국회에서는 추가경정예산(추경) 처리 문제와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최저임금법 개편 등 노동 관련 법안들도 쌓여 있다. 추경의 경우 민주당은 강원도 산불 피해 복구 예산도 반영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한국당은 ‘총선용 추경’이라고 의심하면서 예비비부터 사용하면 된다고 반박하고 있다.
또 유치원 3법(사립학교법·유아교육법·학교급식법 개정안)과 사회적 대타협 기구의 택시·카풀 합의에 따른 택시업계 지원 관련 법안 등 국민 생활과 밀접한 법안들도 여전히 국회에 계류돼 있다.
여야 5당 원내대표들은 회기 첫날인 8일 문희상 국회의장 주재 아래 만나 의사일정과 패스트트랙 등 현안을 논의할 전망이다.
임성수 심우삼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