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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지연 찾은 김정은, 2013년엔 장성택 숙청, 이번에도 ‘중대 결심’ 임박?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백두산이 속한 삼지연군을 찾아 건설현장을 둘러봤다고 조선중앙통신이 4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의 올해 첫 경제현장 시찰이다. 조선중앙통신 홈페이지 캡처




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평양에서의 정치 일정만 공개하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삼지연군 현지지도에 나섰다. 삼지연군은 북한에서 ‘혁명 성지’로 여겨지는 곳이고, 김 위원장이 과거 삼지연군 방문 전후로 중요한 정치적 결정을 내렸기 때문에 비핵화 문제와 관련해 ‘중대 결심’이 임박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조선중앙통신은 4일 김 위원장이 삼지연군의 건설현장과 들쭉음료공장, 감자가루 생산공장 등을 시찰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북방의 추운 겨울철 날씨 조건에서도 공사를 많이 진척시켰다”면서 “이런 기세로 밀고 나가면 삼지연군 건설을 제 기일 안에 결속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근로자들을 위로했다.

이어 “삼지연군 꾸리기는 우리의 앞길을 가로막으려는 적대세력과의 치열한 계급투쟁, 정치투쟁”이라며 “삼지연군 건설에서의 승전포성은 우리 국가의 위력과 경제적 잠재력의 과시가 된다”고 강조했다. 비핵화 의지 표명에도 대북 제재를 풀지 않는 미국을 향한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 위원장의 삼지연군 방문에 이목이 집중되는 것은 그가 중요한 정치적 결정을 앞둔 시점에 이곳을 자주 찾았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2013년 11월 삼지연군을 방문한 직후 고모부인 장성택을 숙청했고, 2015년엔 북한 당국이 미사일 발사 및 핵실험을 시사했다. 그는 남북 정상회담 용의를 피력한 2015년 신년사와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밝힌 2018년 신년사 발표를 앞두고도 삼지연군을 찾았다. 이번 방문은 오는 11일 최고인민회의 1차회의와 한·미 정상회담, 15일 태양절(김일성 주석 생일) 등 중요 정치일정을 앞두고 이뤄진 것이라 김 위원장이 중대 결심을 조만간 발표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북·미 대화 판을 깰 정도의 메시지를 내놓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삼지연군 가꾸기는 김 위원장의 역점 사업인데, 경제현장만 둘러보고 왔다는 것은 경제건설 총력집중 노선을 강조하기 위한 행보”라며 “대외적으로도 경제발전에 집중하고 있으며, 비핵화 및 대화 의지가 확고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수행 인원으로 조용원 당 조직지도부 부부장만 공개한 것은 내부 체제 정비 차원의 행보로 읽힌다”고 설명했다.

한편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는 이날 서울 마포구 연세대 김대중도서관에서 열린 국제 학술회의에서 “북한이 이미 약속한 풍계리 핵실험장과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에 대한 사찰·검증을 수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 특보는 “북한이 그런 행동을 보여준다면 미국 측은 당연히 상응조치, 즉 제재 완화를 해줄 것”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설득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특보는 우리 정부가 북한에는 포괄적 합의를, 미국에는 점진적 이행 합의를 설득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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