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시사  >  종합

김순영 한국번역학회 회장 “AI 번역도 결국 인간 언어능력… 번역가 역할 달라질 것”

사진=최종학 선임기자


“미래의 번역 분야 종사자는 결국 ‘포스트에디팅’(post-editing·초벌 기계번역 뒤 감수 작업)을 하는 이들과 전문 번역가로 나뉠 겁니다. 지금은 변화의 시기예요.”

지난달 31일 만난 김순영(53·사진) 동국대 영어통·번역학과 교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는 번역가들의 장래가 어둡지만은 않다고 했다. 그는 번역 시장 자체가 넓어지고 번역가는 AI(인공지능) 번역을 돕는 이들과 전문 분야에 종사하는 이들로 나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최근 4차 산업혁명 시대 번역가의 설 자리가 없을 것이란 예상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4월 국내 한 설문조사에서는 번역가가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사라질 직업’ 1위를 차지했다. 여태껏 문전성시였던 주요 통·번역대학원의 경쟁률은 최근 낮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김 교수는 “시대가 변하고 있는 건 맞는다”고 인정하면서도 “AI 번역 역시 결국 인간의 언어능력이 바탕이다”고 말했다. 인간의 도움 없는 정확한 AI 번역은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현재는 업체들이 단가를 낮출 수 있는 AI 번역과 여기 함께할 포스트에디팅의 기준을 정하지 못했다”면서 “교정이 필요한 오류의 기준을 어디까지 둘지, 단가는 어떻게 설정할지 등 기준을 학계와 만들어 나가는 단계”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기계번역, 즉 AI 번역의 오류는 빈번하다. 아직 AI가 문법은 물론 문장의 맥락을 읽어낼 능력이 없을 뿐더러 글의 종류에 따라 정확도도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책임 있는 번역물을 내야 하는 전문 업체들은 일정 수준 이상의 언어능력을 갖춘 에디터(editor·감수자)를 필요로 한다. 의료 등 전문 번역 분야는 AI에게 맡길 수 있는 영역 밖이다.

작년 1월부터 번역 관련 국내 최대 학회인 한국번역학회의 회장을 맡은 김 교수는 번역 일선의 변화를 파악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취임사에서 ‘산학협력’을 강조한 데 이어 ‘산학협력위원회’를 만들어 현장 기업과의 교류를 시도했다. 정기적으로 기업과 함께 AI 번역의 오류 양상을 연구했다. 김 교수는 “현장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고 번역 분야는 어떻게, 어디까지 발전했는지와 어디로 갈 것인지를 알고 싶었다”면서 “실제를 알아야 학계가 함께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