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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김용백] 도시숲 조성의 그늘



온 국민이 재난 수준의 미세먼지에 시달린 뒤부터 미세먼지 저감사업은 지방자치단체들의 필수 역점 사업이 되고 있다. 특히 도시숲 조성은 정부가 경기 활성화와 미세먼지 대응이라는 정책적 판단에 따라 의욕적으로 추진되는 측면이 있다. 기획재정부가 지난해 8월 발표한 ‘지역밀착형 생활 SOC(사회간접자본) 확충 방안’의 세부 투자계획 10대 과제에 포함됐다. 미세먼지 대응과 저감에 2000억원을 들이고 우선 도시바람길 숲 10개와 미세먼지차단 숲 60㏊를 조성한다는 내용이었다. 산림청도 사업 대상 도시 11곳에 2년간 숲 조성에 나선 상태다. 서울시의 경우 ‘민선 6, 7기 통산 2000만 그루 나무심기’ 정책의 목표를 전격 상향해 1000만 그루를 더 심겠다고 지난 26일 밝혔다. 생활밀착형 도시숲을 확충한다는 뜻이다. 대구시도 각종 도시숲 100개를 2022년까지 조성해 쾌적한 도시로 거듭난다는 청사진을 내놓았다. 다른 지자체들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도시숲 조성은 열섬현상, 미세먼지, 주민 휴식·건강 등과 관련해 기대효과를 키우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상당한 재원 확보가 불분명한데도 내년 총선을 의식한 지자체들이 무분별하게 사업을 남발하는 경향이 없지 않다. 태양광 발전으로 인한 산림 훼손은 숲 조성 배경을 헷갈리게 한다. 산림청이 지난해 산지 태양광 발전을 허가한 건수가 5553건, 2443㏊다. 이는 산림청이 지난해 미세먼지 대책 사업으로 620억원을 들여 조성한 도시숲 248㏊의 10배나 된다. 정부 계획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현행 7%에서 20%로 늘리고 이를 태양광이 60% 이상 충당케 한다는 것이다. 도시숲 조성이 태양광발전소 조성으로 사라지는 산지 숲을 보충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이상하지 않다.

태양광 발전과 미세먼지의 상관관계는 도시숲 조성 명분을 더욱 퇴색시킨다. 태양광 발전 모듈은 햇빛 중 가시광선만 흡수해 전기로 전환한다. 공기 중 미세먼지가 햇빛을 산란시켜서 태양광 패널에 닿는 가시광선 양이 줄면 발전 효율도 정상 때보다 낮아질 수밖에 없다. 태양광 발전 효율을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서도 미세먼지 저감에 효과가 있는 도시숲 조성은 필요한 게 된다. 정부 정책의 부조화에서 비롯된 착시일 수 있다.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도시숲 조성이 ‘태양광 발전과 그 효율을 높이기 위해 불가피한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지 않게 하는 노력은 정부의 몫이다.

김용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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