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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염성덕] 유엔 결의 걷어찬 트럼프



골란고원은 시리아 이스라엘 요르단 레바논 국경과 접하고 있다. 면적 1800㎢인 골란고원은 해발고도가 높아 주변을 내려다볼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다.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60㎞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이스라엘 식수의 30%를 공급하는 식수원이다.

골란고원은 시리아 영토였다. 지금도 국제법상으로는 그렇다. 이스라엘이 1967년 ‘6일전쟁’으로 불리는 3차 중동전쟁 때 골란고원을 탈취했다. 시리아는 73년 4차 중동전쟁을 일으켰지만 골란고원 탈환에 실패했다. 이스라엘은 81년 일방적으로 골란고원법을 선포하고 자국 영토로 병합했다. 유엔은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통해 이스라엘의 골란고원 점령을 불법으로 규정했다. 국제법상 침략으로 강탈한 점령지는 영토로 인정되지 않는다. 이스라엘은 6일전쟁 때 빼앗은 시나이반도는 이집트에 반환했으나 골란고원은 꿀꺽 삼키고 말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1일(현지시간) “골란고원에 대한 이스라엘 주권을 인정할 때가 됐다”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그는 “(이스라엘이 장악한 지) 52년이 지난 상황에서 미국은 이스라엘 안정에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인 골란고원에 대한 이스라엘의 주권을 완전히 인정해야 한다”고 강변했다. 급기야 트럼프는 25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공동회견을 열고 골란고원에 대한 이스라엘의 주권을 인정하는 선언문에 서명했다. 유엔 안보리 결의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결정이었다.

국제사회는 일제히 트럼프의 골란고원 접근법을 비판했다. 안토니우 구테레쉬 유엔 사무총장은 “골란고원에 대한 유엔 정책은 안보리 결의에 따른다”며 “골란고원의 지위는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일갈했다. 유럽연합은 “1967년 6월 이후 이스라엘이 점령한 영토에 대한 이스라엘의 주권을 인정하지 않고 이스라엘 영토의 일부로 여기지도 않는다”고 강조했다. 친미 성향의 사우디아라비아는 물론 중동 국가들과 러시아까지 트럼프를 강력히 비난하고 나섰다. 알 모알렘 시리아 외교장관은 “앞으로 어떤 해적질을 할지 알 수 없다”며 트럼프를 해적에 비유했다.

유엔 결의를 발로 걷어찬 트럼프는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도 인정할 작정인가. 반대한다면 어떤 논리를 내세울 건가. 완전한 비핵화에 불응하는 북한에 대한 유엔 제재 결의는 어떻게 할 건가. 그의 언행은 도무지 종잡을 수 없다.

염성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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